[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미국 대선에 중국 정부가 안절부절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인 시나비디오에선 중국어 자막이 달린 미국 대선 후보들의 토론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급기야 중국 정부는 관영언론을 중심으로 미 대선 언론통제에 나섰다.
가뜩이나 ‘쯔위 파문’으로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야당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자가 압도적인 표차로 압승하고, 홍콩에선 ‘우산혁명’ 지도자들이 대만과의 공조를 모색하는 와중에 미국 대선이 중국내 민주항쟁 의식을 고취하는 불쏘기개가 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스캔들 부각하라”…눈가리고 아웅 ‘언론통제’=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관영 매체 간부들을 호출해 시달한 미국 대선 보도 지침에서 부정적인 면과 스캔들 부각에 중점을 두라고 지시했다.
중국 지도부 지시로 선전부가 소집한 보도 지침 회의에는 관영 신화(新華)통신, 중앙(CC)TV, 중앙인민라디오ㆍTV, 중국국제라디오ㆍTV, 인민일보(人民日報), 경제신문, 광명일보(光明日報) 등 7개 언론사가 참석했다.
이들 관영 언론이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들에도 적용되는 해당 보도 지침은 미국 대선을 톱기사로 올리지 말고 대선 후보들의 중국에 대한 비판과 미국 민주주의를 찬양하는 내용에 대한 보도를 금지하도록 했다. 특히 미국 선거의 ‘금전적 배경’, ‘부자 출신의 후보’, ‘후보들의 각종 스캔들’을 중점 보도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달 25일 “부자들의 전쟁인 미국대선, ‘자본’주의 두드러져”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 공화당의 재벌출신 도널드 트럼프 후보, 민주당의 미국 명문 클린턴가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이어 미국 14번째 부자이자 블룸버그통신 창립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미국 뉴욕 시장 등 미국 대선은 ‘부자와 자본게임’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돈이 선거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 없이는 정치할 수 없는 게 미국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당국이 이처럼 미 대선과 관련한 언론 통제에 나선 것은 미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중국비판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지난 11월 4차 TV토론에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남중국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넘버 원’의 권력남용 국가”라고 비판하기도 하는 등 공화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중국 때리기가 집중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북한의 수소폭탄 핵실험 이후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국 지도부가 ‘언론 통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의 더 큰 걱정은 중국 내에서 인권 및 민주항쟁 욕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중국의 체제 비판으로 이어지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쯔위 파문’으로 대만 내에서 ‘대만독립’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고, 홍콩에서조차 ‘행정수반 보통 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중국 지도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얼리티쇼가 인기를 끌고 있는 美 대선=하지만 중국 내에서 미국 대선은 한 편의 리얼리티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중국인들의 관심도 자연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인 수백만명이 중국어 자막이 달린 미국 대선 후보토론회를 시청할 정도로 중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크고 있다. 미국의 TV방송 프로그램을 번역해서 중국어 자막을 영상에 다는 일도 자원봉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자원봉사 회원 70명으로 구성된 과강 자막그룹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공화당 토론을 번역해 중국의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인 시나비디오로 올렸는데 당시에만 수백만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토론회를 시청한 웨이보 이용자들 중에선 “매우 세련되면서도 훌륭한 싸움이다” “리얼리티쇼처럼 매우 흥미롭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도 많았다.
또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호감도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클린턴 전 장관을 미얀마 민주화이 꽃인 아웅산 수치와 비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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