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국문학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김일성 회고록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대학 교수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집행유예가 최종 확정됐다. 또 이 교수에게 북한 정치지도자들의 위대성 등을 표현한 자작시를 전송한 작가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59) 교수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자격정지 6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김일성 찬양 자작시를 쓴 혐의로 기소된 작가 서모(53)씨는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4개월이 선고된 원심을 확정 받았다.
울산의 한 사립대학 국어국문학부 소속이었던 이 교수는 2007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자신의 수업을 수강한 학생 131명에게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 책은 1992년 4월15일 김일성 80회 생일을 계기로 1992년 4월부터 1997년 8월까지 평양 ‘조선노동당 출판사’에서 대외선전용으로 발간한 것이다.
이 교수는 ‘세기와 더불어’ 파일을 다른 교수 2명에게 이메일로 전송하고 북한의 선군사상을 찬양하는 내용의 문서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범민련) 관계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또 북한 출판사가 발간한 ‘주체사상총서’ 책자를 교수실에 보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교수는 감상문 요구가 학문적인 교육과정의 일환이며 “학문의 자유와 강의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국가단체의 수괴인 김일성을 미화하고 북한의 정치‧경제‧군사정책의 배경을 설명하며 그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루어진 반국가단체 등의 찬양‧선전‧동조 행위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서씨는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 없다’, ‘두 자루의 권총이’ 등의 자작시를 쓴 혐의로 기소 됐다. 이 시가 김일성 부자나 북한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찬양·선전하는 내용이란 것이다.
재판부는 “서씨의 표현물들은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이를 이적표현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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