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평의원’ 최경환 眞朴행보 가속 “우리도 뭉쳐야 하는데…” 非朴 위기감 고조 사생결단 계파戰에 정책공약은 묻혀
“사실상 분당 상태란 비판이 나올 정도다. 밥도 따로, 개소식도 계파가 다르면 가질 않는다. 한지붕 두 가족이다(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2008년 18대 총선의 ‘데자뷔’다. 총선 한 달 앞두고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무소속연대로 쪼개진 분열사가 반복될 위기다. 8년 뒤, 친박은 진박(眞朴)으로 한층 ‘진화’했고, 비박계는 수(數)에서 앞서지만 말 그대로 비(非)박계, 새로운 구심점이 흐릿하다. 사실상 계파가 갈리는 유일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리’다. 정책도 이념도 아닌 오로지 ‘인물 정치’다. 8년 뒤. 새누리당 내전은 그렇게 또 반복되고 있다.
▶친박에서 진박으로, 서청원에서 최경환으로=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의원이 친박계 수장을 맡았다면, 최근엔 최경환 의원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태세다. 서 최고위원이 지도부 내에서 친박계를 대변하고, 평의원 신분으로 자유로운 최 의원은 외곽에서 총선을 이끄는 역할 분담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최 의원의 ‘현장 정치’에 무게가 실린다. 박 대통령의 분신(分身) 격이다.
최 의원이 대구 경북(TK) 지역을 돌며 펼친 2박3일 ’진박투어’가 대표적이다. 최 의원은 3일 박대출 의원(경남 진주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갑)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돌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최 의원이 2박3일 간 방문한 TK는 새누리당 텃밭 중 텃밭이다. 그럼에도 최 의원은 여의도 복귀 첫 행보로 TK를 향했다. 야당과의 본선 승리가 아닌 진박의 당내 경선 승리가 목표였던 셈이다.
최 의원도 이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2박3일 행보에서 “현역 TK 의원은 4년간 무엇을 했느냐”, “내 얘기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속이 찔리는 사람” 등 발언마다 TK 현역 의원을 겨냥했다.
▶반발하는 비박계, “우리도 뭉쳐야 하는데…”=친박계가 진박으로 한층 노골적으로 뭉치면서 비박계의 반발도 거세다. 대놓고 계파 갈등을 조장한다는 불만이다. 비박계에선 “진박 마케팅이 결국 당을 망치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편으론, 위기감도 커진다. 한 비박계 예비후보는 “적극 지원에 나서는 친박계와 달리 비박계에선 지원도 없이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 뿐”이라며 “상향식 공천을 추진하는 당 대표란 위치가 비박계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인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진박 마케팅이 비박계의 불만에 도화선을 붙인 격이다. 이미 수차례 친박ㆍ비박계는 공천룰을 앞두고 대립해 왔다. 전략공천 유무, 인재영입 의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에서 견해차가 불거졌다. 최근엔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향해 ‘권력자’라 지칭하면서 한층 계파 간 대립은 선명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진박 마케팅이 노골화하면서 비박계의 의기의식 역시 고조되는 형국이다.
▶계파전엔 사생결단, 정책은 유명무실 = 계파정치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다른 현안이 모두 묻힌다는 점이다. 총선을 앞두고 경제, 복지, 교육 등을 둘러싼 의원 간의 토론은 보이지 않는다. 총선 공약도 계파 갈등에 묻혀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총선공약개발본부를 발족하고 공약개발단을 구성하고서 오는 4일 총선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민주화나 청년일자리 문제 등을 주요 과제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당정 차원에서도 수차례 협의를 열고 공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모든 과정이 진박 논란, 계파 갈등에 묻혀 좀처럼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김상수·이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