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온갖 악재가 즐비한 증시다. 그래도 유망종목은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최고그룹인 ‘삼성’ 관련주라면 조금 안심이 될 지도 모른다. 게다가 총수 일가와 인연이 깊다면 더욱 그렇다.
최근 삼성은 계열사 주식과 자사주 매입에 열심이다. 공교롭게도 주가가 모두 낮은 시점이다. 주가가 부진하니 주주를 위해 회사가 나설 만도 하다.
지난 달 28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4340만주를 매입했다. 주당 3만5500원씩 총 1조5407억원 규모다. 삼성카드 60개월 평균주가는 4만700원 가량이다. 약 2170억원의 차이가 난다. 그럼 주식을 판 삼성전자에게는 손해가 아닐까?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일가 개인주주 보유지분이 채 5%가 안 된다. 주식을 산 삼성생명은 이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개인이 최대주주인 통합삼성물산이 40%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같은 날 삼성증권은 170만주 604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공시했다. 마침 주가는2005년 9월 이후 주가가 가장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매입이 완료도면 삼성증권의 자사주 보유비율은 발행주식의 5.5%에서 7.7%로 높아진다.
주가가 낮은 시점에서 자사주 매입을 했다고 삼성카드나 삼성증권의 투자가 유망하다고 단정짓기는 조금 어렵다. 신용카드 사업 규제가 강화되고, 올해 증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의 자사주 매입은 지배구조 변화와 떼서 생각하기 어렵다. 지주체제로 가면 자회사 지분이 30%를 넘어야 한다. ‘30%’를 확보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사주다.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를 하거나, 계열사간 블록딜을 하기에 용이하다.
삼성생명이나 삼성증권은 이번 거래로 내부지분율(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과 자사주의 합)이 거의 30%가 됐다. 추가로 더 자사주를 매입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런데 호텔신라는 좀 다르다. 지난 달 28일 호텔신라도 1040억원이나 들여 150만주를 자사주로 사들이기로 했다. 14만3000원까지 갔던 주가가 7만원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난 시점이다. 이번 자자수 매입을 마치면 호텔신라의 자사주 비율은 5.44%가 된다. 현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7.4%다. 합해도 22.84%로 30%까지는 한참 모자란다.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자사주 매입계획에서 밝힌 호텔신라의 배당가능 이익은 3592억원에 달한다.
물론 호텔신라의 업황도 당장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면세점 사업 확장은 그만큼 투자리스크를 감수해야하고, 지카 바이러스 등으로 여행객이 급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이 직접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향후 종합리조트 및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사업영역이 확장될 여지가 크다.
그러면 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는 어떨까? 회사측은 지난 해 주주환원 차원에서 중기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지배구조와 관련한 터닝포인트는 아직 예측이 쉽지 않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남은 가장 큰 숙제는 이제 두 가지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과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상속(증여)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 모두 삼성전자 주가가 낮을수록 기회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21%의 가치는 14조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다른 계열사가 살 수도 없다. 삼성물산이 이를 사기도 부담스럽다. 14조원의 자금 조달도 문제지만, 현재 자산규모에서 이 지분을 매입하면 총자산에서 삼성전자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 강제로 지주사로 전환돼 여러 규제를 받게 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매입하는 방법도 상상해볼 수 있다. 보유 현금도 넉넉하고 순환출자를 형성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경영권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보유비율은 발행주식의 12%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 지분은 17.64%로 이 둘을 합하면 약 30%다. 금산분리, 순환출자 해소, 지주사 전환을 통한 투명경영 강화 등의 명분 정도면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다만 매입시기는 주가가 낮을 때를 택해야 자금 부담이 적어 주주들의 이해를 구하기 쉬울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