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양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협상 타결 한 달이 되도록 두 나라 국민들은 이 합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 일부는 이번 합의가 무효라며 직접 일본을 찾아 행동에 나섰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지원 단체는 강경한 입장이다. 우리 외교 당국이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결과기도 했다.

지난 25일 일본으로 출국한 이옥선(90), 강일출(89) 할머니는 다음달 1일까지 일본 내에서 기자회견 등을 열어 피해 참상을 증언하고 한일합의 무효를 주장할 예정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 한달] 갈라진 양국 여론…할머니들은 일본行

한국 국민들 역시 부정적 반응이 더 높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성인남녀 1201명 대상ㆍ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우리 국민 54%는 ‘잘못된 합의’라고 평가했다. ‘잘된 합의’(26%)라는 응답의 배가 넘었다. 피해자와 우리 국민이 납득할 조치를 취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우리 국민 72%는 이번 합의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사과한다는 말은 들었만 정황상 진심어린 사과로 받아들이지는 못한 것이다. ‘사과한 것으로 본다’는 19%였고 나머지 9%는 의견을 유보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우리 국민의 여론이 분열되고 있다. 우리 국민 56%는 ‘일본과 재협상 해야한다’고 답했지만 ‘60세 이상’에서는 재협상 반대(52%)가 찬성(28%)을 앞섰다. 60세 이상에서는 만족스럽든 불만족스럽든 ‘그만 종결짓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이다.

이같은 생각은 60세 이상만 공유했다. 50대 이하에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재협상 찬성 입장이 우세했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는 그 비율이 70%를 넘었다. 세대 간 인식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모습이다.

반면 일본 국민은 한일 합의에 대해 ‘잘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지난 19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은 63%였다.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은 19%에 그쳤다. 덩달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지지율도 전달보다 4%포인트 오른 42%를 기록했다.

물론 인터넷 상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넷우익’ 세력의 반발 덕분에 온라인 여론은 반발로 들끓었다. 일본의 대표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이 합의 직후 벌인 여론조사(2015년 12월 28일∼2016년 1월 7일)에는 31만4000여명이 참여해 이 가운데 67.3%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이미 해결이 끝난 문제에 대해 다시 사죄와 배상을 했다”라든지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한 것도 모자라 그토록 거부하던 국비 배상까지 받아들였다. 사상 최악의 매국노”라고 비판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철거) 문제는 현재 양국 모두에 폭발력이 가장 큰 뇌관이다.

우리 정부는 줄곧 “민간단체가 하는 것인 만큼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지만 일본 측은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에 10억엔(약 101억원)을 내놓으면 소녀상 이전은 기정사실이라는 분위기다.

일본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23∼24일 일본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벌인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녀상을 철거하고 나서 10억 엔을 내야 한다’고 답변한 비율이 64.1%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22∼24일 일본 내 1365가구를 상대로 벌인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소녀상을 옮길 필요가 없다는 의견(21%)에 비해 옮겨야 한다는 의견(57%)이 크게 우세했다.

반면 한국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말 한국에서 벌인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66.3%가 소녀상 이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