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 여고생이 제2연평해전 기억팔찌를 만들어 판 수익금 37만4000원을 해군2함대에 기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김해 제일고 1학년 강소희(16) 양은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한 뒤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리는 팔찌를 제작해 판매한 뒤 37만4000원의 수익을 냈다. 강양은 이 금액 전액을 서해 NLL을 지키는 2함대에 기탁했다.

강 양은 제1연평해전이 벌어진 1999년 태어나 제2연평해전 당시인 2002년에는 만 3세였다. 이후 자라면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는 많이 들어봤지만 제2연평해전은 잘 모르고 지냈다. 그런 강 양이 제2연평해전에 대한 인식을 달리한 계기는 올해 7월 우연히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하면서부터다.

강 양은 중학교때 직업소개 교육의 일환으로 진해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적도 있어 큰 부담없이 극장을 찾았다.

그러나 영화 중반부에 이르자 눈물이 펑펑 쏟아져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장병들의 사연마다 가슴이 아렸다. 옆집 오빠나 동네 아저씨와 다를 바 없는 장병들이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 적탄에 장렬히 산화하는 모습에 눈물이 쏟아졌다. 해군사관학교 방문 때 해군 장병과 군함을 본 기억을 떠올리면 그저 멋지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그토록 위험한 바다에서 가족과 떨어져 어렵게 바다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온 강 양은 제2연평해전과 6용사의 희생정신을 오래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고심 끝에 고무밴드형 팔찌를 만들기로 했다. 그녀는 용돈을 모아 마련한 20만원으로 ‘제2연평해전 기억팔찌’ 200개를 주문했다.

팔찌에는 영어로 ‘Battle of Yeonpyeong 20020629’라는 글귀를 새겼다. 팔찌 포장 속에는 같이 영화를 봤던 친구 박수민 양(16, 김해 경원고)과 함께 ‘2002년 6월 29일 연평해전 결코 잊지 맙시다. 당신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합니다’라는 메모를 일일이 손 글씨로 써서 동봉했다.

강 양은 이렇게 만든 ‘제2연평해전 기억팔찌’를 방학 기간인 8월 초 스마트앱 번개장터에 올려 판매하기 시작했다. 팔찌 1개당 가격은 2500원으로 책정, 그 수익금을 해군 장병을 위해 쓰겠다고 공언했다. 스마트앱 이용자들 중 의혹의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어 강 양은 “수익금을 실제 기부 후 인증사진을 올리겠다”는 답글도 남겼다.

개학 후에는 강 양의 어머니가 판매를 도왔다.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팔찌 구매행렬에 동참했다. 강 양 학교에서 영화를 못 본 학생들도 ‘제2연평해전’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제2연평해전 기억팔찌는 그렇게 11월까지 120여개가 팔렸다. 수익금은 37만4000원. 구매자 중에는 경찰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팔찌를 산 뒤 기특하다며 입금액을 2~3만원 입금하는 지원자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강 양은 어머니를 통해 해군2함대사령부와 연락해 지난 11월 4일 2함대 부대계좌에 37만4000원을 입금했다. 아직 안 팔린 팔찌 80여개가 남았지만 팔찌가 다 팔릴 때까지 미루고 싶지 않았다.

2함대사령부는 강 양이 보낸 성금으로 나무 화분을 샀다는 후문이다. 이 화분으로 함대 ‘고속정생활관’을 좀 더 쾌적하게 만들었다. 화분에 기증자 이름을 딴 ‘소희나무’라는 팻말도 붙였다. 장갑과 목도리를 사서 장병들에게 나눠주자, 연평도 고속정 바지에 생활용품을 사서 배치하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출동임무를 마치고 모항으로 돌아온 고속정 대원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소희나무’를 보게 하자는 안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결과였다.

이후 2함대사령부는 강 양과 가족들을 초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양은 기말고사가 끝난 지난 12월 12일 오전 가족과 함께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를 직접 찾았다.

이날 오전 박헌수(소장) 2함대사령관은 강소희 양에게 사령관 명의의 상장을 수여했다. “김해제일고등학교 강소희, 위 학생은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바탕으로 제2연평해전 기억팔찌를 제작하여 전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성금을 기부함으로써 서해를 수호하는 해군2함대 장병들의 사기진작에 크게 기여하였기에 이 상장을 주어 칭찬함. 2015년 12월 12일 해군 제2함대사령관 소장 박헌수”

상장 전달식에는 참수리-357호정 승조원으로 제2연평해전에 참전했던 이해영 원사(부사관 90기, 당시 갑판장)와 전창성 상사(부사관 175기, 당시 전자장)도 참석했다.

박 사령관은 상장 전달 후 강 양에게 팔고 남은 ‘제2연평해전 기억팔찌’를 부대에서 모두 사겠다고 제의했다. 박 사령관은 “앞으로 군 복무내내 서해바다를 지키는 ‘서해수호자’ 장병들에게 제2연평해전 기억팔찌를 기념품으로 나눠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2함대는 본인 희망에 의해 이등병부터 전역할 때까지 함정근무를 계속하는 수병들을 ‘서해수호자’로 지정하고 있다.

고속정 작전을 지휘하는 강석봉(대령, 해사 43기) 제23전투전대장은 “학생이 정말 대견스럽고, 이런 학생과 국민들의 성원이 바로 우리의 힘”이라며 “강 양이 편안하게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보여주신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서해바다를 철통같이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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