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들이 원유 감산 합의 실패로 30달러 대까지 떨어진 가운데, 중동 산유국들이 국고 마련을 위한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중동 국부펀드들은 올해 3분기 동안 자산운용사로부터 최소 190억 달러(약 22조590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출 속도만 역대 최고다.

실제 유출규모는 19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관측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 3분기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약 310억 달러의 자금이 회수됐다고 계상했다. 유럽 3위 운용사인 애버딘도 지난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빠른 속도로 자금을 회수하는 데에는 저유가 장기화로 열악해진 국가 재정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저유가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산유국들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동 산유국들이 부족한 예산을 채우기 위해 국부펀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 세계 5대 국부펀드들 중 4곳이 중동펀드인 만큼, 자산운용사들이 입을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FT는 애버딘 에셋매니지먼트, 노서트러스트, 프랭클린리소시스, 올드뮤추얼 에셋매니지먼트 등 자산운용사들이 국부펀드들의 자금 회수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총 6720억 달러 규모의 세계 4위 국부펀드를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금융청(SAMA)은 올해 700억 달러(약 81조 27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 올해 말까지 중동 국부펀드들의 자금 회수 속도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자산운용사들의 수익률은 약 4.1%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부펀드협회(SWFI)의 마이클 마두엘 회장은 “중동 국부펀드들이 자산운용사들과 펀드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국부펀드들이 급변하는 투자심리를 우려해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컨설팅회사 크레이트 리서치의 아민 라잔 대표이사는 “국부펀드들이 지난 8월 중국 증시를 휩쓴 ‘블랙먼데이’ 사태로 인해 급변한 투자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다가올 미국 금리 인상에 타격을 덜 받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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