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좀비기업이 한국경제의 화(禍)로 지목되고 있는 데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늑장 구조조정이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이 돈이 떼일 상황인데도 구조조정에 나서기 보다는 오히려 대출을 계속해 좀비기업이 연명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책은행들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시점이 일반은행보다 평균 2.5년 느렸다. 국책은행이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08년 이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시작된 39개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국책은행은 기업이 한계기업임이 판명된 시점을 기준으로 평균 1.3년이 지나서야 워크아웃에 착수했다. 특히 워크아웃 중인 2개 기업은 한계상황에 빠진 지 6년이 지나서야 국책은행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이에 반해 일반은행은 한계기업으로 판명된 시점을 기준으로 평균 1.2년 전에 워크아웃을 시작해 국책은행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게다가 국책은행은 대출 대상이 대기업인 경우 재무상태가 악화돼도 지원을 계속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 국책은행의 대출 가운데 ‘한계 대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2010년 4.6%에서 2014년 12.4%로 급증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국책은행이 기업 부실에 대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기업이 회생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에 의존해 구조조정을 지체하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국책은행이 엄격한 기업 실사를 해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법원 주도의 회생정리 절차로 유도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