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1%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초 이후 고조됐던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디플레란 경기침체 속의 물가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제가 일단 디플레 국면으로 빠져들어가면 재정 및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주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과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물가상승률이 1% 가까이 오른 것은 석유류 가격의 하락폭이 축소되고 한시적인 전기요금 인하 종료, 농산물가격 반등 등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고 향후 유가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소멸로 물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심각한 디플레 우려 국면에서는 벗어나는 양상이지만, 이것이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분석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9% 올라 작년 12월 이후 11개월째 0%대를 이어갔지만, 작년 11월(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의 물가상승률 0.6%에 비해 0.3%포인트 높아진 것이며, 특히 연초 갑당 2000원 오른 담뱃값 인상분에 따른 물가상승 효과(약 0.5%포인트)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플러스 물가를 기록한 셈이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농수산물 가격상승폭 확대, 전기ㆍ가스 등 유틸리티 가격하락폭 축소 등에 따른 것으로 평가했고, 노무라는 전세 및 유틸리티 가격상승이 농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하락의 영향을 상쇄하면서 물가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주거비용 등 서비스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물가상승을 견인했다면서 담뱃값 인상(77.8%) 및 서비스물가 상승(1.8%) 등이 물가 상승 압력(1.6%포인트)으로 작용해 유가 하락 영향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해외IB들은 향후 물가는 유가 안정 및 기저효과 소멸, 서비스물가 오름세 등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경기부진과 수출둔화에 따른 기업이익 감소 등으로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큰폭의 물가상승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BoA-ML는 저유가에 따른 물가하방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해 유가 하락의 기저효과가 연말로 가면서 점진적으로 소멸되고 부동산시장 및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기 회복 등이 향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즈는 유가 안정 등으로 4분기에도 소비자물가의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돼 연말에는 1%, 내년 중반에는 2%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견고한 서비스물가와 환율, 유가 안정 등이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티그룹은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 등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노무라도 수출 둔화 및 가격경쟁 심화에 따른 기업이익 감소 등으로 향후 큰 폭의 물가 상승은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회복과 수요증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결국 연초와 같은 디플레 우려는 줄어들고 있지만, 이것이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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