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랜디 저커버그(Randi Zuckerberg)가 연단에 등장하자 관객석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누나로 세상에 이름을 먼저 알린 그지만, 이날 청중들은 마케팅&프로덕션 기업 ‘저커버그 미디어’의 CEO이자 전세계의 관심을 받는 여성 오피니언 리더로 그녀를 반겼다. 랜디는 “실리콘밸리의 지난 10년 간 가장 큰 변화는 공학자로 득실대던 그곳에 이제는 디자이너들이 넘친다는 것”이라며 “좋은 엔지니어링도 ‘디자인’ 식 사고를 하지 않는다면 빛을 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랜디는 1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2015헤럴드디자인포럼의 첫 연사로 무대에 섰다. 뱀피 무늬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 그는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40여분 간의 강연 동안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생인 마크 저커버그 요청을 받고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페이스북 사무실을 처음 방문했던 당시를 떠올릴 때는 ‘캘리포니아’ 음악을 틀고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기도 했다.
강연은 시종일관 즐거웠지만 그가 짚어낸 ‘전세계 디자인 산업과 혁신의 10대 메가트렌드’는 글로벌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보여줬다. 관통하는 키워드는 창조와 융합이었다. 기업가와 직원의 경계, 기업과 소비자의 경계, 회사의 경계를 허무니 혁신이 이뤄지고, 이를 이룰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디자인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마케팅 전문가인 그는 ‘모든 기업의 미디어화(Think like a media company)’를 강조했다. 그 사례로 글로벌 음료기업 레드불(Redbull)이 페이스북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큰 점프’ 동영상을 올려 500만명의 사용자들이 이를 시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랜디는 “한 남성이 대기권에서 땅으로 점프를 하는 동영상이었다. 이 스릴 넘치는 동영상을 500만명의 사용자들이 온라인으로 실시간 시청했다. 레드불은 단순한 음료기업이 아니라 미디어 회사처럼 행동을 했다. 독창력 있는 영상으로 ‘레드불’이라는 기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대중에게 임팩트 있는 마케팅을 하는데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의 동기부여를 위한 ‘마케팅의 게임화(Gamification)’도 강조했다. 랜디는 “나이키(NIKE)의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내가 만약 조깅을 할 때 이 앱을 사용하면 목표로 한 운동량을 소화할 때마다 환호성을 들리게 한다. 반대로 좀비런(Zombie Run)이라는 앱은 내가 열심히 달라지 않으면 좀비가 뒤에서 달려오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경우 친구들에게 문자로 망신을 주는 앱도 있다”고 소개하며 “단순한 운동 보조 앱이 아니라 디자인과 생각의 차별화를 통해 즐거움과 동기부여까지 주는 셈이다. 이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랜디는 이날 강연 말미에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모든 것이다”라며 “어떤 기업이든 앞으로 창업을 하려는 기업들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놓쳐서는 안된다. 좋은 엔지니어링 만큼 디자인 방식의 사고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랜디는 저커버그미디어 CEO이자 작가, TV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최근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로 마케팅 최저선선에서 활약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낸 저서 ‘Dot complicated’를 출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TV프로듀서이자 리포터로서 지난 2011년에는 미국 대선 상황을 온라인과 TV를 통해 복합적으로 보도해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