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은행원 임금체계를 호봉제가 아닌 개인별 성과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연봉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의 성과체계가 개인이 아닌 영업점 등 조직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저성과자들을 가려내기 어렵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연봉제도입을 통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을 많이 주는 연공형 임금체계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신규고용을 창출하자는 취지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을 주제로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 YWCA 대강당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및 비효율성을 제고할 여지가 많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 임금체계에서 직무급 비중과 실질적인 근속기간을 확대해야한다며 “절감된 재원으로 신규고용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세대 간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가치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외부충격에 대한 은행의 완충력을 강화하려면 성과연봉을 은행의 전체 실적과 일정 부분 연동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성과평가 방식을 엄격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지난해 국민, 우리 등 7개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직원 수는 정규직 1만22명, 계약직 971명 등 총 1만993명이다.이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15.2년이고 연평균 급여는 평균 7900만원이었다. 남자직원만 보면 평균 18.6년 근무했고 연평균 급여가 1억100만원이었다.

서 연구위원은 “성과평가시 장기성과 비중을 높이고 관대화 경향을 줄이는 등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개선 방안으로 성과평가에서 직원 육성, 신규고객 발굴, 자산건전성 관리 노력의 비중을 확대하고 성과지표(KPI)에 사업단위 및 거래 특성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의 임금체계를 직무와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안정 기회를 확대하고 청년층 고용 여력의 확대와 비정규직 최소화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연공형 임금체계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이 강하고 변동성이 약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기변동의 예측 가능성 약화, 경기변동 주기의 단축, 국지적 금융위기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등을 고려하면 금융산업의 임금체계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권 교수는강조했다.

은행산업은 연공형 호봉제에 기반해 직무 성과급을 결합한 ‘성과혼합형 호봉제’를 활용하고 있고 고과에 따라 호봉이 상승하는 경우는 25%에 불과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금융산업에서 호봉제 도입 비율은 91.8%로 전체 산업(60.2%)보다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