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는 농성장이 있다. 언제부터였던가 가물가물하다. 5일로 35일째란다. 선거구 획정을 두고 농어촌지방주권지키기모임 소속 의원이 시작한 농성이다. 몇 번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몇 번의 구호도 있었다. 그렇게 벌써 한 달을 넘겼다. 잊을 만 하면 몇몇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주목할 만 하면 덩그라니 현수막만 외롭게 남는다.

국정교과서로 국회가 들썩인 지난 3일. 국정교과서 찬반 구호가 국회에 울려 퍼질 때, 이 농성장에도 몇몇 의원이 있었다.

구호도 외쳤다. 솔직하자면 ‘웅얼거렸다’. 멋쩍은지, 지쳤는지 속내까지 알 길은 없다.

빠르게 그 앞을 지나던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용케 구호를 들었나 보다. 길을 멈추고 의원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생하신다”며 내민 손도, 맞잡은 손도 그냥 그랬다. 서로 달리 할 말이 없었는지 짧은 조우는 싱겁게 마무리됐다.

이 농성장은 그렇다. 화끈하지도,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다. 계속 관심을 두기에도 뭣하고 아예 무시하기에도 애매하다. 선거구 획정의 현주소, 딱 그 상황이다.

누가 알았을까. 이들 역시 35일째라는 시간이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오는 13일이면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법정기한이다. 8일 남았다. 그런데 선거구획정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국정교과서에 묻혔다. 수학시험에서 4점짜리 문제는 제쳐두고 딴 문제만 기웃거리다 어느새 종료시각이 임박한 꼴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이미 손을 들었고, 국회 논의창구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언제 재가동할지 기약이 없다.

바둑판도 없으니 착수(着手), 행마(行馬), 단수(單手), 계가(計家)가 다 무용지물이다. 바둑은커녕 오목도 사치다.

20대 총선 출마자는 선거구도 모른 채 선거를 준비해야 하고 있다. 무슨 말인가 싶지만 현실이 그렇다.

이제 8일 남았다. 난국을 보면, 의원들조차도 기대를 품고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