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사람의 목이 잘려나거나 근친상간 등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수시로 등장한다. 한국 막장드라마는 이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그런데도 전세계 170개국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심지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팬임을 자처했다.
한회당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를 투자해 마치 영화같은 영상미를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가 원작이다. 원작의 작가 조지 R.R 마틴은 지난해 100억원 넘는 수입을 올리며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꼽은 ‘2014년 가장 돈을 많이 번 작가’ 15위에 오르기도 했다.
▶HBO에 금광같은 작품 = ‘왕좌의 게임’은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개최된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상을 비롯 12개 부문을 휩쓸며 화제를 모았다. ‘왕좌의 게임’은 지난 2011년 4월 시즌1을 시작해 2015년 6월 시즌5까지 방송했다. ‘왕좌의 게임’은 타임워너 계열사인 유료방송채널 HBO에 ‘금광’이나 마찬가지인 작품이다.
2014년 2분기 타임워너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해 67억9000만달러(약 8조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HBO의 성장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HBO의 구독자 수는 ‘왕좌의 게임’ 인기 등으로 1년 새 15%가 증가했다. ‘왕좌의 게임’ 시즌1의 1회는 250만명이 시청했지만 시즌5는 회당 평균 시청자가 688만명에 달했다. 현재 시즌6 제작이 진행 중이다.
포브스는 “‘왕좌의 게임’ 덕에 HBO는 한달 구독료가 가장 비싼 네트워크 중 하나”라며 “HBO는 앞으로 3개 시즌을 더 하고 프리퀄(속편)도 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치솟는 제작비 = ‘왕좌의 게임’은 드라마 사상 가장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드라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파일럿프로그램은 제작비가 1000만달러(약 120억원)에 달했고, 시즌1도 회당 제작비가 600만달러(약 72억원) 수준이다. 시즌1(전체 10회) 제작비는 6000만달러(약 720억원)로 웬만한 영화 제작비와 맞먹는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인기가 늘면서 제작비 역시 점점 상승했다. 시즌2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700만달러였고 이후 회당 800만달러(약 96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문형 비디오 웹사이트 넷플릭스 프로그램들의 평균 회당 제작비가 380만~450만달러(약 45억~54억원)인 것에 비하면 두배에 달한다.
‘왕좌의 게임’은 제작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우들을 캐스팅해 제작비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화려한 의상, 해외 로케이션, 드래곤 등을 실감나게 묘사한 특수 효과 등에 막대한 돈이 투입됐다. 특히 판타지 세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 아일랜드, 모로코, 몰타, 스페인 등 세계 각지를 오가며 촬영했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배우들의 인지도와 몸값도 치솟았다. 지난해 기준 레나 헤디(세르세이 라니스터역)와 피터 딘클리지(티리온 라니스터역)는 회당 15만달러(약 1억8000만원)를 받았다. 피터 딘클리지의 경우 왜소증으로 키가 135㎝에 불과하지만 극중 매력적인 역할을 맡아 인기가 치솟았다. 피터 딘클린지는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바마도 팬 = 오바마 대통령도 이 드라마의 열혈 시청자임을 숨기지 않았다. ‘왕좌의 게임’ 감독인 데이비드 너터는 지난 7월 한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내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정말 존 스노우를 죽인 건 아니겠지’라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시즌5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존 스노우가 죽자 시청자들이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질문에 너터 감독은 “확실하게 죽었다”라고 대답했다.
한편 ‘왕좌의 게임’은 전세계에서 가장 불법다운로드가 많이 이뤄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포브스는 HBO 한달 구독료가 14.99달러인데 322만건에 달하는 불법다운로드가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4827만달러(약 576억원) 가량의 잠재 수입 손실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왕좌의 게임’ 시즌5는 최다 동시방송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4월 20일 전세계 173개국에서 ‘왕좌의 게임’이 방송됐다.
▶원작가 연수입 140억원 = 국내나 해외에서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방송될 때마다 원작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는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원작 소설의 작가 조지 R.R.마틴은 제임스 패터슨, J.K.롤링, 댄 브라운 등에 이어 ‘2014년 가장 돈을 많이 번 작가’ 15위에 올랐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지난해 수입은 1200만달러(약 143억원)로 추정된다.
아마존닷컴의 판타지 소설 부문 인기작가 순위에서 벨라 포레스트(‘모래의 성’ 등), 다이애너 개벌든(‘아웃랜더’ 등)에 이어 조지 R.R.마틴은 3위에 올라있다.
조지 R.R 마틴은 1948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항만 노역자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21살에 처음으로 ‘더 히어로’를 출간하면서 문단에 입문했다. 1974년 ‘송 오브 라이라’로 ‘SF소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받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할리우드로 넘어와 1987년 TV시리즈 ‘미녀와 야수’에 스토리자문,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다양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 ‘얼음과 불의 노래’는 1996년 처음 발간됐다. 지금까지 5부가 출간됐으며 원작자인 조지 R.R 마틴는 7부까지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건은 조지 R.R. 마틴 건강. 그의 나이는 올해로 67세다. 그는 현재 6부를 집필 중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는 영국 중세의 ‘장미 전쟁’에서 소재를 따왔다. ‘장미 전쟁’은 랭카스터가와 요크가의 왕위 쟁탈전이었다. ‘얼음과 불의 노래’ 역시 가상의 대륙 웨스테로스 7왕국의 왕좌를 놓고 부유한 가문들이 서로 다툰다는 내용이다. 권력다툼 속 인간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조지 R.R 마틴은 이 소설에서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단지 권력다툼에서 승자는 번영하고, 패자는 비참하게 굴복할 뿐이다. 특히 주인공마저 가차없이 죽이는 예측 불가한 전개로 독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국내에서는 은행나무 출판사가 2000년 1부 번역본을 낸 데 이어 2013년 5부까지 출판했다. 1부만 해도 전체 1200쪽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국내에서도 2011년 영화 채널 스크린을 통해 ‘왕좌의 게임’이 처음 방영된 이후 원작 소설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ssj@heral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