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사장단 긴급회의

롯데그룹의 계열사 사장들이 4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오너가(家)의 경영권 분쟁 이후 어수선해진 그룹 내 분위기 재정비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사장단은 결의문을 통해 “사리사욕으로 50년 역사의 기업인 롯데를 흔드는 일은 묵과할 수 없다”며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김치현 롯데건설대표, 이재혁 롯데칠성 대표 등 37개 계열사 대표 및 사장단은 이날 잠실 롯데월드타워 홍보관에 모여 그룹 현안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서는 현재 그룹 내 경영권 분쟁과 이에 대한 경영진의 입장, 대국민 사과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는 사장단들의 자발적으로 만든 자리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룹 정책본부 임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이런저런 상황을 논의하고 위기를 잘 극복하자는 취지로 사장단 회의를 하는 것”이라며 “회장은 참석하지 않고 계열사 사장들끼리 자발적으로 하는 회의”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장악한 한국 롯데 임원들이 참석한 회의인만큼 오늘 회의는 사실상 신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자리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운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공세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신 회장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신 회장을 필두로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겠다는 데 뜻을 모으는 자리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3일 신 회장은 일본에서 귀국 후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국내외 있는 우리 기업들이 빨리 정상화되고 발전시키는 게 제 역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신 회장은 오후 계열사 현장을 방문해 그룹 현안과 관련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편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그룹이 추진중인 핵심 사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혼란이 이어질 경우 11월로 예정된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잠실점 재입찰 심사에서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이 2013년부터 추진하던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가 사실상 미뤄졌다.

롯데정보통신 상장을 주관하고 있는 KDB대우증권은 예비심사를 바로 청구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이지만 롯데그룹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정보통신은 복잡한 지분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기업공개에 나서려면 총수 일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