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담뱃값 인상에 따른 흡연감소 효과가 당초 예상에 못미치면서 정부의 담배관련 세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의 어려움이 정부의 손쉬운 돈 벌이를 돕고 있는 셈이다. 담배관련 세수가 크게 늘었음에도 정부는 쓸 돈이 없다며 국회에 12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한 상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담배 판매로 거둬들인 세금은 4조37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조1600억원)보다 무려 1조2100억원이나 증가했다. 작년 동기 대비로 한 월간 세수 증가 폭은 1월 400억원, 2월 1000억원, 3월 1300억원으로 늘어나다 이어 4월 3300억원으로 훌쩍 뛴 후 5월 2700억원, 6월 3200억원의 고공행진 중이다.
연초 금연을 결심했던 흡연자들이 다시 담배를 피워 문 덕분이다.
올 상반기에 소비자에게 실제 판매된 담배는 14억6000만 갑으로 작년 같은 기간(20억4000만 갑)보다 28.3% 감소했다. 정부 당초 예상 감소치 34%보다 낮은 수치다.
그런데 담배 세수의 기반이 되는 ‘담배반출량’은 담뱃값 인상 직후인 올해 1월 34억 개비, 2월 36억 개비로 낮아졌다가 3월 들어 49억 개비로 급격히 늘었다. 이후 4월 58억, 5월 54억, 6월에는 57억 개비로 올라갔다.
반출량은 공장이나 창고에서 담배가 얼마나 나갔는지 나타낸 것으로, 담배 제조업체가 담배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내려고 보건복지부에 신고하는 수량이다. 장기적으로는 실제 소비량이 반출량에 가까워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고 그림 도입 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져 이에 따른 흡연율 감소 효과가 2017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담배 제조사가 담뱃갑 앞뒷면 면적의 50% 이상을 경고 그림·문구로 채워야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안은 지난 5월 말 국회를 통과해 내년 12월부터 시행된다.
올 하반기에 매달 3000억원 수준으로만 담뱃세가 더 걷혀도 올해 연간 담뱃세 수입은 작년보다 3조원 증가해 1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정부는 올해 담뱃세가 작년(6조7427억원)보다 2조8547억원 늘어난 9조6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7∼8월은 담배 판매 비수기이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담배 판매량이 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판매량은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