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월세전환이 가속화되며 사회초년생들의 주거비 부담 증가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월세 거주 20대들의 주거비 비중이 전세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대의 월평균 소득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연령대(40~50대)에 두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다 부담되는 월세, 20대는 더욱 부담=헤럴드경제가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받은 ‘2014년 임대주거비현황’에 따르면 순수월세(18.5%), 보증부월세(16%) 등 월세세입자들이 월소득 중 부담하는 주거비는 전세(12.1%)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20대의 경우 주거비 비중 증가폭이 특히 컸다. 전세에 사는 20대의 경우 월소득 중 11.5%가 주거비로 지출된 반면, 보증부 월세의 경우 23.4%, 순수월세의 경우 26.6%가 주거비로 나갔다.
특히 전세와는 달리 월세에 사는 20대들의 주거비 부담은 다른 연령대들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20대가 11.5%로 60대이상(16.2%)을 제외하고 다른 연령대(30대 10.6%, 40대 11.80%, 50대 11.6%)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 반면, 보증부월세의 경우 20대의 주거비비중은 23.4%로 다른연령대(30대 17.4%, 40대 11.8%, 50대 15.3%, 60대 23.4% )에 비해 많게는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순수월세 역시 20대가 26.6%로 주거비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보증부월세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연구를 진행한 송인호 KDI 박사는 “월세전환이 이뤄질수록 20대 등 주거취약계층에 맞는 좀더 정교한 주거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라며 “특히 사회초년생의 경우 주거비부담이 지속될 경우 자립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2014년 임대주거비현황’은 국토교통부의 ‘2014년 주거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고, 주거비 비중은 임대료를 월평균 소득으로 나눠 계산됐다. 전세와 보증부월세 임대료의 경우, 각각 다른 가중치로 계산된 전환임대료로 산출됐다.
▶월세전환속 20대 주거비 부담 현실화, “저축은 언제 하나요”=저금리기조 속에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수익률이 높은 월세를 선호하고, 이에 따라 전세 물량은 씨가 말라가면서 ‘월세로 살아야만 하는’ 사회초년생들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내년 3월에 반전세 계약이 끝나는 김현태(28ㆍ가명) 씨는 요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보증금 5000만원, 임대료 10만원으로 살고 있는 김 씨는 내년에 비슷한 수준의 집을 찾지 못하면 부모님이 있는 수원에서 서울로 통근 할 계획이다. 계약직으로 버는 월 188만원(세후) 중 적금 100만원을 뺀 돈으로 생활하는 김 씨.
김 씨는 “지금 상황에서 월세부담이 커지면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주거비 부담으로 미래에 대하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비슷한 수준의 집을 찾지 못한다면 수원에서 통학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신촌 원룸가의 거상 공인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전세물량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고, 이는 복지차원에서 보완할 수 밖에 없다”며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역세권에서 벗어나거나 외곽으로 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사회초년생 위한 행복주택 대책있지만 ’글쎄’=국토교통부는 사회초년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여전히 물음표다.
지난 6월 공급 행복주택 입주계획을 밝혔지만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은 입주신청조차 할 수 없고, 혼자 사는 사람이 대부분인 사회초년생의 경우, 184만2793원(세전)이하 소득자만 입주 지원가능하다.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전세대출이 있지만 이는 전세물량 자체가 없고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매월 30만원씩 월세대출 지원이 되기는 하나, ‘월세 대출은 삶의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에 실적은 미미하다.
이와 관련해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월세부담으로 더 가난해지지 않게 하기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방법이 최선인데, 여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가난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