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우선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앞에 놓인 정치상황이 너무 복잡하다. 당 안팎에서 긍정과 부정의 평가도 엇갈린다.

지난 100일 간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당 주도의 원칙을 선명히 새긴 ‘미스터 쓴소리’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난관에 봉착한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문제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것 또한 사실이다.

‘원조 친박’인 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재등장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론’에 대해 “그건 허구“라며 확실한 각을 세웠다. 보수 진영이 금기시하던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특히 지난달 8일 교섭단체 연설은 ‘신(新) 보수’의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유 원내대표는 ‘경제는 진보ㆍ안보는 보수’ 색깔을 분명히 하며 ‘부자 정당’이란 낡은 이미지와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균형발전, 양극화 해소, 재벌개혁 등 파격적 제안을 쏟아냈다. 야당도 그의 연설을 ‘명연설’로 추켜세웠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차기 정치 지도자로서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야당과의 협상력에서는 아직 괄목할 만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는 유 원내대표의 정치력에 물음표를 그리고 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을 도출해 냈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이란 문구를 국회 규칙에 ‘명기’하는 방안을 두고 극심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꼬인 실타래가 쉽게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의 거센 반대로 새누리당 지도부는 ‘명기 불가’ 입장을 정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대해 ‘합의 이행’이냐 ‘파기’냐 입장을 밝히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12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금은 서로 파기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서 당장은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며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5월 임시국회 내 처리라는 숙제를 떠안고 있지만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 끼어버린 형국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정국을 맞아 결정적인 리더십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