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 기자]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해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이가 됐다. 그의 자산은 792억 달러. 올해 59세인 게이츠가 지난 21년간 무려 16차례나 세계 1위 부호 자리를 차지한 걸 감안하면, 이 시대 ‘슈퍼 부호’라 칭할 만하다. 또 그에게선 세계 최고 부호들의 달라진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지식과 아이디어, 창의력이 돋보이는 자산가들이 슈퍼 부호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톱10 부호의 대다수는 경영에 참여하는 전통적 기업가라기보다는 자산가나 투자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또 부를 쌓는 데 걸린 시간을 짐작케 하듯, 평균 연령 73.8세로 부호의 고령화를 짐작케 했다. 100세 시대에 걸맞게 고령의 슈퍼 부호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은퇴자’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업 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쌓아놓은 자산으로 자선사업을 하거나 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빌 게이츠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늘날 그는 MS의 경영인 자리에서 물러나 세계 최고 부호이자 최대 자선가로 꼽힌다. 게이츠의 뒤를 이은 세계 2위 부호 카를로스 슬림도 이제 기업인이라 불리기보다 투자자로 불린다. 올해 75세로 멕시코의 통신재벌인 그는, 지난 십수년간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반면 771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으로 자선 사업과 외부 투자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09년 뉴욕타임스 인수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84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한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3위 부호로 727억 달러의 순자산을 자랑하는 그는 전통적인 기업인이라기보다 투자의 대가로 볼 수 있다.
세계 4위 부호 아만시오 오르테가 자라(ZARA) 회장(78세)의 성공 스토리는 좀 더 전통적 기업인에 가깝다. 거실에서 만들어내던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를 오늘날 슈퍼 브랜드로 키워냈다. 그러나 오르테가 역시 나이가 들면서 반(半) 은퇴한 상태다.
오르테가 회장의 뒤를 이은 오라클의 설립자 래리 앨리슨(70세)은 톱 10 가운데 여전히 기업을 맡아 경영하는 유일한 경영자다. 때문에 활동하는 경영인 가운데 최고 부호라 할 수 있다. 앨리슨은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9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회장과 최고기술경영자(CTO)의 자리를 맡고 있다. 또 아직도 소프트웨어 게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그의 순자산은 543억 달러로 집계된다.
세계 상위 10명의 부호 가운데 남은 이들은 모두 상속자다. 6위와 7위는 코크 인더스트리의 찰스 코크(79세)와 데이비드 코크(74세) 형제로, 이들은 회사를 세워 탁월한 경영 수완을 발휘한 전통적 ‘기업가’는 아니다.
8위와 9위를 차지한 크리스티 월튼(60세)과 짐 월튼(67세) 역시 월마트의 창업자인 샴 월튼이 사망하면서 상속받은 경우다.
마지막으로 10위를 차지한,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릴리앙 베탕쿠르(92세)도 더이상 로레알의 경영에 참견하지 않는다. 올해 92세인 그는 15살 로레알의 창업주인 아버지의 조수로 일을 시작했지만, 치매를 앓으며 로레알의 재산 다툼에서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