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훈기자]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 문제를 놓고 의사와 한의사간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데 대해 대한한의사협회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홍보 배지를 배포하며 양측이 더욱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기 사용 범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자 양 측 모두 각자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여론몰이에 적극 나선 셈이다. 향후 어느 쪽의 주장에 여론의 무게가 실릴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한의협에서 전국 2만 한의사 회원에게 제작, 배포한 배지는 지름 7.5cm 크기로 '한의학은 이 시대와 함께 하는 현대의학입니다', '더 정확한 진단, 안전한 치료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한의협 관계자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널리 홍보하고 나아가 대국민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배지를 제작해 배포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이어 "한의사 회원에게 진료 시 배지 패용을 적극 독려해 연간 한의의료기관에 내원하는 1천300명의 국민들에게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홍보용 배지'를 달고 환자들을 진료하게 되는 셈이다. 진료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에게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에 대한 당위성을 적극 부각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의료 전문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직역이기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면허가 없이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의료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닌 한의사들의 이익과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국가에서 인정하지 않고 허용하지 않은 면허 범위와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앞서 대전협은 '국민들이 마루타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와 함께 홍보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대전협은 성명서를 통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여부는 2011년에도 공론화된 적이 있으며, 당시 국회, 정부, 의료계, 한의학계 간 다자 논의에서 이미 '사용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문제"라고 강조했다.또 "한의사가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 집단이라는 타 직역과의 갈등으로 격하할 성질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느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복지부는 한의사가 사용해도 건강상 위해가 없는 범위에서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복지부 한의학정책과 관계자는 “관련 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뒤 건강상 위해성 여부를 판단해 이르면 올 상반기 내 허용 의료기기의 범위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복지부의 허용 범위가 의료계와 한의계 양 측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양 측 모두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대의를 앞세우고 있지만 각론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복지부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최형훈 hoon@herald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