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출 확대 우려 영향
마이크로소프트 6%·엔비디아 4.7% 하락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는 2주 만에 최저 수준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뉴욕증시가 빅테크 기업들의 전반적인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지출 우려와 불안한 성장 전망에 하락 마감했다.
31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78.08포인트(0.90%) 내린 4만1763.46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8.22포인트(1.86%) 급락한 5705.45에,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12.78포인트(2.76%) 주저앉은 1만8095.1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증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 플랫폼의 실적 발표에 관심이 쏠렸다.
두 회사의 실적 자체는 호조였다.
MS는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3.30달러를 기록했고 매출도 655억9000만달러까지 확대됐다. 두 지표 모두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메타도 3분기 조정 EPS가 6.03달러로 전년 대비 37% 급증했고 매출도 405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9% 증가하며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더딘 성장 전망을 나타낸 세부 지표에 시장 참가자들이 불안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MS는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 부문의 성장률이 33%에 달했으나 클라우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를 눌렀다. MS의 주가는 이날 6%나 급락했는데 하루 낙폭이 6%를 넘은 것은 2022년 10월 26일의 7.72% 하락한 이후 처음이다.
메타는 내년 자본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에 하방 압력을 넣었다. 메타는 또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일일활성사용자수(DAP)가 전년 대비 5% 증가하는 데 그쳐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점도 주가가 4% 밀리는 데 영향을 줬다.
로스 메이필드 버드프라이빗웰쓰매니지먼트 투자 전략가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열정과 잠재력만으로는 이제 충분하지 않은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런 회사들은 여전히 해당 주제로 레버리지를 받고 있고 장기 성장성도 유리하지만, 가격에 반영된 만큼 성장이 충분히 드러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장 마감 후 애플과 아마존이 내놓은 3분기 실적도 호조를 보이기는 했다.
애플은 지난 3분기(2024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949억30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64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두 수치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아마존은 올해 3분기 매출이 1589억달러, EPS는 1.43달러라고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두 수치 모두 시장 기대치를 앞섰다.
다만 애플은 주요 시장인 중화권에서 실적이 기대 이하였다는 점에서 시간외 거래서 주가가 1% 넘게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AI 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빅테크 실적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는 2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31일(현지시간)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개장 후 2시간 35분 지난 현재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일 대비 4.45% 하락한 4924.25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AI 대장주로 불리는 엔비디아도 4.72% 하락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대만 TSMC와 브로드컴 주가도 각각 2.03%와 3.89% 내렸다. 또 다른 반도체 기업 AMD와 퀄컴 주가도 각각 3.05%와 2.89% 하락했다.
한편 31일 코스피는 뚜렷한 반등 요인 없이 1.45% 내린 2556.15에 하락 마감했다. 지난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8700원(4.46%) 하락한 18만63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엔비디아 납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장 중 주가가 반등해 3%대 상승폭을 키우며 잠시 6만원대를 회복했으나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전일 대비 100원(0.17%) 오른 5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