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도 PER 26배와 유사한 수준”

기업가치 긍정적, 빠른자금 확보 가능

현대차 인도법인(HMIL)이 인도 증시에 사상 최대 규모로 입성한다. 기업공개(IPO)로 조달된 자금을 생산시설 등에 투자해 현지 시장 점유율을 1위를 겨냥한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모멘텀이라는 평가와 함께 주주환원 기대감에 따른 주가 상승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날(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BSE)에 상장돼 거래를 시작한다. 공모가는 희망 가격 최상단인 1960루피(약 3만2000원)다. 공모가로 환산한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는 190억달러(약 26조원)다. 현대차 국내 시가총액(21일 기준·49조6320억원)의 절반을 웃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HMIL의 2024년 연간 1조원 규모의 순이익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상장 시가총액은 주가수익비율 26배, 주가순자산비율 13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이라며 “인도 주식시장의 현재 주가수익비율 26배와 유사한 수준”이라 평가했다.

인도법인 주식 중 17.5%(1422억주)를 구주 매출로 처분한다. 구주 매출은 기존 주주가 신주 발행 없이 보유한 주식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뜻한다. 구주 매출 이후 현대차 본사의 인도법인 보유 지분은 100%에서 82.5%로 낮아진다.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규모는 33억달러(약 4조5200억원)다.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이자 글로벌 기준으로도 두 번째 규모다. 현대차는 IPO 이후 구체적인 자금 활용 방향을 밝힐 계획이다. 현지 공장 생산 능력을 키우고 전기차 시장 개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413만대 규모)이다. 인구는 14억명으로 전세계 1위지만 자동차 보급률은 전체 가구의 8.5%에 불과하다. 인도의 지난해 자동차 신차 판매는 5년 전 대비 18.5% 증가했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자동차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감소했다. 완성차 업계 내 핵심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 주식 시장은 세계 4위(시가총액 4조3300억달러·올해1월 기준) 규모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시총 4조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4년여 전 2조달러 대에서 두배가량 늘었다. 중국을 제친 세계 1위 인구대국으로 소비가 증가하는데다 젊은 노동력도 풍부하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올해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도 센섹스(SENSEX)지수와 니프티(NIFTY)50지수는 전날 기준 각각 연 성장률 12.29%, 13.98%를 기록했다. 정부주도 경기부양책으로 반등한 중국 증시보다 높은 수치다. 중국 상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10.32%, 11.38% 올랐다. 올해 인도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장인 만큼 현대차 인도법인 IPO는 ‘괜찮은 타이밍’이란 평가가 나온다. IPO는 증시가 성장해 거래가 늘고 유동 자금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인도법인 상장으로 현대차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이란 관측이다. 인도법인 상장에 향후 증자 및 현대차의 직접 투자 등을 통해 빠른 자금 확보가 가능해지면서다. 인도차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적기에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분석이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투자거점 이벤트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나온다. 현대차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인도 IPO 결과와 이에 대한 주주환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8월 향후 3년간 4조원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투자포인트는 장기 이익 전망과 주주환원에 있다”며 “소매판매가 감소하고 재고 보충도마무리되고 있어 영업손익은 점진적으로 피크아웃할 것으로 보이나, 주주환원 정책의 강화로 인해 전체 주주환원 규모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인도법인은 인도와 일본 합작사인 마루티 스즈키(지난해 170만대·41%)에 이어 현지시장 점유율 2위(60만2111대·14.6%)다. 지난해 연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운 현대차는 올해 60만5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인도에서 연간 100만대 생산 체제를 목표로 한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전기차 시장 선점 작업에도 속도를 낸다. 인도에서 내년 초 첫 현지 생산 전기 SUV 모델 ‘크레타 EV’를 출시할 예정이다. 크레타 EV를 포함해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인도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