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간이 할 일을 이제 기계가 대체하고 있는 시대다. 상대방의 말투와 감정을 인식하는 로봇이 외로운 사람들의 말동무가 돼주고, 운전자가 없어도 차량에 장착된 시스템이 알아서 주차를 해주는 모습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해 IT산업을 선도하는 실리콘 밸리의 부호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으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반면, “엉뚱하게 기술 탓하지 말라”는 기술 옹호론의 목소리도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빌 게이츠ㆍ엘론 머스크, “인공지능은 인류에 위협”=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인류가 인공지능이라는 ‘악마’를 소환하고 있다”며 그 위험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인공지능이란 말 그대로 기계가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춘 것을 말한다.

그는 지난 해 6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의 발달로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은 끔찍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터미네이터’는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거꾸로 인간을 지배하고 공격하는 미래 세상을 그린 작품이다.

머스크는 “인류에게 현존하는 최대 위협요소는 인공지능”이라며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우주여행과 화성 정착촌 개발 등 고난이도의 기술 사업을 벌이며 공상과학과 같은 이야기를 현실화한 주인공이다. 자산은 현재 79억 달러(약 8조6900억원)다.

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함께 인공지능 기업 ‘바이캐리우스(Vicarious)’에 투자하기도 했다. 바이캐리우스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수익을 바라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산 792억 달러(약 87조1400억원)로 세계 최고의 부호인 빌 게이츠(Bill Gates)도 이 논쟁에 가세했다.

게이츠는 지난 달 28일 소셜 사이트 레딧(Reddit)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세션에서 “나는 인공지능의 발달을 우려하는 진영에 서있다”며 머스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어 “몇 십년만 지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에릭 슈미트ㆍ피터 틸, “섣부른 걱정말라”=반면 인공지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Eric Schmidt)은 빌 게이츠와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슈미트 회장은 “역사를 돌아볼 때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번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로운 세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구글의 신사업 추진과도 무관치 않다. 구글은 현재 로봇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슈미트 회장의 자산은 91억 달러(약 10조원)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의 초창기 투자자로 22억 달러(약 2조42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피터 틸(Peter Thiel) 역시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를 위협한다’는 주장을 단호히 묵살했다.

그는 지난 10일 이코노미스트지가 주최한 버튼우드 회의에서 “인공지능의 인간 지배는 공상과학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며 “매우 근시안적이고 피곤한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기계의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술이 아닌 세계화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인건비가 싼 나라로 일자리가 옮겨간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술 발달을 억제하면 아폴로 우주 프로젝트나 맨하탄 프로젝트(2차대전 중 원자폭탄 개발계획) 같은 지난 세기의 눈부신 업적은 앞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