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권력자들의 섹스 스캔들

스트로스칸 前총재 성폭행 미수 베를루스코니 미성년자와 성관계 과거 이스라엘 대통령은 강간까지

존 F. 케네디·조지 워싱턴… 美 역대대통령 42명중 15명 연루 빌 클린턴은 탄핵극복 재기 성공

2011년 5월 15일 미국 뉴욕 맨해튼 소피텔 호텔 방에서 벌거벗은 한 남성이 객실을 청소하러 들어온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했다. 그는 그 길로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고 본국으로 내빼려다 이륙하기 10분 전 미국 경찰에 체포됐다. 주인공은 바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다.

세계 경제 거물이자 프랑스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그였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성폭행 기도 사건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권력의 달콤함에 빠져 스스로 무덤을 판 이들은 스트로스칸 말고도 여럿 있다. 나락으로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이를 자초한 것을 보면 ‘권력은 최고의 최음제’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한국판 스트로스칸’으로 불리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을 계기로 세계를 뒤흔든 권력자들의 섹스 스캔들을 짚어봤다.

▶권력 있으면 뭐든 다 돼=정치인의 사생활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인 프랑스에서도 ‘가장 참기 힘든 인물’로 꼽힌 사람은 단연 스트로스칸 전 총재다. 프랑스의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그는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면서 대권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2002년에도 앵커 출신 지방의회 의원을 성폭행하려 했던 사실이 추가로 폭로되면서 그는 조국에 “프랑스 정치인은 성폭력범죄자”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그는 3개월여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법원의 공소 기각 결정을 받아 풀려났지만 그의 정치 인생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의 추문은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면서 최근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제66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아벨 페라라 감독이 만든 ‘웰컴 투 뉴욕(Welcome to New York)’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그런가 하면 ‘붕가붕가(난잡한 섹스파티) 총리’로 유명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최근 징역 6년을 구형당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탈세 혐의도 받고 있어 최고법원에서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그는 “나는 너무나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돈을 주고 성을 살 이유가 없다”며 그 와중에도 재치(?) 있는 언변을 뽐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2008년 성매매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뉴욕 주지사 직에서 물러난 엘리엇 스피처 역시 성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케이스다. 그는 뉴욕 주 검찰총장 재직 시 남다른 추진력으로 ‘저승사자’란 별명으로 불리며 주지사에 당선됐다. 민주당의 떠오르는 스타 정치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불법인 고급 성매매 클럽의 주요 고객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가를 떠나야 했다.

스트로스칸 · 베를루스코니 · 빌 클린턴…권력은 최고의 최음제?

이 외에도 2006년 모세 카차브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10여명의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성 스캔들에 휘말렸다. 충격적이게도 이 가운데는 강간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사임을 거부했고 탄핵도 피해갔지만 2007년 1월 임기 만료를 2주 남기고 불명예 퇴진했다. 2009년 3월 강간죄로 기소돼 2010년 12월 유죄 판결, 이듬해 3월에 7년형을 선고받았다.

▶로맨스라고? 불륜남일 뿐=역대 42명의 대통령 가운데 15명이 섹스 스캔들에 연루됐을 정도로 미국은 ‘불륜 공화국’이다.

젊고 잘생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야말로 여성 편력으로 유명하다. 메릴린 먼로나 제인 맨스필드 같은 유명 여배우와의 염문뿐만 아니라 비서, 백악관 직원, 선거운동원, 매춘부 등 다양한 상대와 불륜을 저질렀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도 이웃집 여인인 매리 기본스와 혼외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은 심지어 흑인 노예와의 사이에 자녀 6명을 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악의 섹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재기에 성공한 정치인이다. 그는 집권 2기 때인 1998년 백악관 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처했다가 상원에서 부결되며 임기를 마쳤다. 그는 이미 1991년 아칸소 주 공무원이었던 폴라 존스를 호텔로 불러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피소된 상태였다.

영국에서는 1963년 존 프로푸모 당시 영국 국방장관이 러시아 스파이와 연결된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일이 들통나면서 사임한 사건이 유명하다.

이 밖에도 미국의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게리하트 전 상원의원,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던 에드워즈 전 민주당 상원의원 등은 추악한 불륜으로 대망을 포기한 대표적 사례다.

한희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