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월세 전환율 6.9~7% 대출·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 ‘임대 수익형 상품’으로 관심집중
#1.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하는 직장인 박형준(52ㆍ가명) 씨는 요즘 매월 100만원 가까운 임대료를 받고 산다. 지난해 12월 연 3.9% 고정금리 조건으로 2억원가량 대출을 받은 뒤 서울 강북 인근에 전용면적 59㎡ 신축 아파트를 5억원에 매입, 보증금 5000만원에 매월 1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월세를 놨기 때문이다. 대출금(2억원) 이자가 월 6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박 씨는 3억원을 투자해 매달 85만원씩 연간 1020만원 상당의 고정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3억원에 대한 세후 예금이자 수익이 연 6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배 가까운 수익 효과다.
#2. 서울 강동구 인근에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보유한 김형섭(60ㆍ가명) 씨는 최근 전셋값이 치솟자 계약만료 3개월을 앞둔 지난 4월 세입자에게 2억원 하던 전세금을 2억55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세입자는 올려줄 돈이 없는 상황이라며 전세금 2억원을 그대로 둔 채 매월 55만원의 월세를 추가 지급하는 반전세를 제안했다. 결국 김 씨는 얼마 전부터 ‘전세 2억원+월세 55만원’을 받기 시작했다. 집주인 김 씨 입장에서 보증금 5500만원 대신 매월 55만원을 받는 게 유리하고 세입자도 살던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등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세금 5500만원 대신 지불하는 월세 55만원은 연이율로 계산하면 무려 12%에 달한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박 씨나 김 씨처럼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한 뒤 월세를 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금 금리가 2%대로 떨어지고 대출 금리 4%대가 무너진 반면 매월 받는 임대 수익률은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아 재테크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현재 서울의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전ㆍ월세 전환율은 6.9∼7%로, 대출금리나 예금금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대출부 월세사업자’는 입주가 갓 시작된 서울 주변 신축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집중 발생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광장의 아파트 월세 거래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2339건, 6월 2437건, 7월 2919건으로 3개월 동안 거래실적이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아파트시장이 투자에서 실수요로 재편된 데 이어, 이제는 새롭게 ‘임대 수익형’상품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표적인 수익형 투자 상품인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과잉 공급과 수익성 악화 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도 월세나 반전세가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뒤 월세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이 아파트는 월세 물량이 전세의 1.8배에 달하는 등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전세와 월세의 중간 형태인 반전세도 늘어나는 추세다. 인근 A공인관계자는 “월세를 놓는 집주인 가운데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고 한도인 60%까지 은행 대출받아 월세를 놓으며 매월 고정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월세 및 반전세 현상은 입주 2~3년 된 아파트 단지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모습이다. 특히 매매시세가 3억∼4억원 수준인 서울 강북 일대 아파트 단지에선 월세 가구가 집중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영업 중인 B공인 관계자는 “응암동 일대 아파트의 월세 물량이 최근 늘어나는 추세”라며 “중산계층이 2억원 안팎을 대출 받아 월세를 놓으면 매월 얼마를 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최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