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최근 5년간 수익률 마이너스 전셋값 폭등 지속…거래절벽 갈수록 심화
전세가 비중 70%이상 아파트 되레 상승 재건축 · 소형아파트 기대수익 노려야
직장인 김현석(39) 씨는 최근 서울 목동에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놓고 고민이다. 89㎡(27평형) 아파트의 급매가는 3억8000만원. 전세(2억5000만원)를 안고 투자한다면 그리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지만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아파트값은 계속 떨어지고 매매도 안된다는 소리에 고민만 깊어진다.
정부가 ‘4ㆍ1 부동산 대책’에 이어 ‘8ㆍ28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아파트 매매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하락세로 돌아선 집값은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매매도 끊겨 ‘거래절벽’ 현상마저 나타난다. 반면 전셋값은 폭등했고 월세 부담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아파트를 활용한 재테크는 무모한 행동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려면 주택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 아파트, 최근 5년간 수익률 마이너스 행진=29일 국민은행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5년간 8.74% 하락, 국내 주식형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 31.03%와 대조된다. 비교적 안정적 투자처로 꼽히는 국내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의 같은 기간 누적 수익률 29.51%와 15.99%에도 크게 못 미친다.
아파트 가격 변동률과 펀드 수익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저금리 환경에서 전ㆍ월세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2008년을 기점으로 아파트 투자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며 “2000년대 초중반처럼 자고나면 아파트 값이 오르는 환경은 다시 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서 구조적으로 전세를 안고 사는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반짝 거래가 나타날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거나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동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ㆍ면적별 기회는 남아 있다=그럼 아파트 투자는 더이상 무의미한 것일까. 전국적이거나 서울 전체 아파트시장에서 기대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도 재건축이나 소형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 센터장은 “전세가 비중이 낮은 아파트는 좀처럼 오르지 못했지만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세 비중 70% 이상인 아파트는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세가 비중이 70% 이상인 전국 아파트는 올해 들어 2.1% 상승했다. 특히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13.2% 와 17.3%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5년 연속 플러스 변동률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시장이 2007년부터 주택거래가 위축된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인 침체 국면이지만 지역별, 주택 규모별로 각기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한 한성대 교수는 “전체 시장이 아닌 지역별ㆍ면적별로 세분화한 시장에서는 주택보급률 100% 초과의 의미는 축소된다”며 “특정 지역의 주택 수급 상황이 중요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도 “모든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아도 재건축 등 투자 이슈가 존재하는 부분은 여전히 투자매력이 있다”며 “서울 종로나 중구 등 도심지역 의 소형 면적 아파트는 월세 수익이 연 4~5%를 기대할 수 있어 저금리 환경에서 활용해볼 만한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