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침체를 보는 두 시선

현재 한국의 모습이 1990년대 일본 부동산 대폭락 때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한다. 때문에 일본식 부동산 장기 침체를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부동산은 1986년부터 계속 거품이 커지다 1991년 정점을 찍고 고꾸라졌다. 문제는 거품이 붕괴된 후에도 시장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부동산 가격은 최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거품 붕괴 당시 일본 부동산 가격은 도쿄를 중심으로 폭락이 시작된 후 주변 신도시로 확대됐다. 반면 지방도시는 반짝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한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거품 붕괴 직전 일본 도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한국의 부동산도 일본식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ㆍ1인가구 증가 등 주택 수요는 크게 늘지 않는 반면 주택 공급이 이미 안정화하면서 일본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일본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우선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주체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의 경우 기업이 부동산 투기를 확대하면서 버블이 확대됐지만, 우리나라는 가계를 중심으로 한 주택 투자가 가격을 견인하면서 어느 정도 허용되는 범위의 버블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적어진 중대형 평형의 가격 하락이 크다는 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주택 보급률이 여전히 낮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전국 평균 363.8이고 서울은 그보다 더 낮다. 일본과 프랑스처럼 주택가격이 안정된 수준에 도달하려면 약 500만호가 더 공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20년가량이 필요하다. 때문에 주택공급 과잉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 없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경기악화 등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꾸준히 감소해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주택공급 부족현상이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세계 3대 부동산 컨설팅회사 쿠시먼앤웨이크필드의 총괄 최고경영자(CEO)인 카를로 생알바노(49) 회장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성장 여지가 충분한 한국은 일본과 사정이 다르다”며 “부동산 시장이 당장은 침체기에 빠져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지난 10~20년간 한국이 크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오피스ㆍ주택 등 부동산 수준 자체는 선진국의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면서 “해외 투자자도 한국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며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