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대기조’ 배석 참모들의 애환
군(軍)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다가 전역해서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이 된 뒤 지금껏 열심히 공무원 생활을 해 이제는 어엿한 국장까지 오른 A 씨. 행정병 생활을 하면서 나름 편하게 생활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A 씨는 요즘 이게 뭔가 싶다. 24시간 대기조, 5분 혹은 3분 대기조라 불리는 자신의 불쌍한 처지 때문이다.
국회가 열렸거나 특히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때면 여지없이 제대로 옷도 갈아 입지 못하고, 식사도 거른 채 하루 종일 부처 장ㆍ차관을 수행하며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장ㆍ차관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지난 2주가량 국감 준비를 철저히 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충분히 제공해 왔다.
그러나 아직 국회의원들의 호통이 걱정이다. 자칫 밉보였다가는 TV를 통해 전 국민에게 혼나는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도 있다.
국회의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회의원이 갑(甲)이라면 갑 중의 갑, 슈퍼갑이라 불리는 국회의원 비서관, 보좌관들이 즐비하다. 이들의 호출이나 자료 요구가 산더미 같다. 전문위원들의 호출도 만만찮다. 부르면 바로 가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
일례로 환경노동위 국정감사 감사위원은 모두 15명의 국회의원 외에 전문위원, 입법조사관 등 16명 등이 있다. 또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으로 5명, 감사의원 보좌진 15명도 있다.
국장이 이들을 직접 응대할 필요는 없지만, 국장 밑에 있는 과장급이나 사무관 등이 제대로 응대했는지 여부를 일일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과천에서 세종시로 정부부처들이 옮겨 지난 여름 세종시로 가족들과 함께 내려온 B 과장 역시 국정감사가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14일 국감이 시작되면 B 과장은 서울에 있는 처갓집에서 1주일가량을 보낼 계획이다. 실ㆍ국장 등과 주말에도 국감에 대처하기 위해 각종 자료를 찾고 세종시에 있는 직원들과 자료 협조 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감 모드에 들어간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24시간도 부족해, ‘480대기조’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폄하해 부르기도 한다. 20일 동안 국감이 진행되는데, 24시간 하루 종일 대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허연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