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지금 국감특수

국정감사 기간엔 국회 인근 여의도 일대도 덩달아 바빠진다. 낮밤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이른바 ‘국감 특수’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음식점이다. 중국 음식과 피자 등 흔한 배달음식부터 햄버거, 초밥까지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배달 가능한 음식을 의원회관에서 볼 수 있다. 평소에도 배달 주문이 밀리는 국회 주변 배달음식점들은 국감기간에 20~50%까지 매출이 느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감기관 측에서도 의원실로 종종 먹을거리를 배달시켜준다. 한 의원실 김모(41) 비서관은 “최근엔 보관이 용이한 과일이나 음료수, 도넛 같은 것을 주로 배달해준다”고 말했다.

국회 안팎의 식당도 마찬가지다. 400여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본청 큰 식당은 저렴한 가격에 빨리 식사를 해결하려는 국회의원 보좌관들과 피감기관 관계자들로 북적인다. 또 틈틈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 라면이나 간식거리 등을 미리미리 사다놓느라 매점 문턱도 닳는다. 피감기관 측에서 국감에 대비해 생수를 몇 박스째 사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회 맞은편에 밀집한 음식점들은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급하게 식사를 해결하느라 붐빈다. 삼삼오오 모여 허겁지겁 밥을 먹으면서도 한 손엔 휴대전화를 쥐고 언제 걸려올지 모를 국회의원 측의 전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어렵잖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상임위장 앞에 자리를 잡지 못한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국회 후생관 1층 커피숍 등에 앉아 ‘출동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여의도는 지금 국감특수......본청식당 400명 북적…배달음식도 50% 급증…자료홍수 밤낮없는 인쇄소

국회 건너편 오피스텔에 있는 사우나는 연일 강행군을 하는 국감 기간 동안 잠시 피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휴식처다. 의원과 보좌관은 주로 자신의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밤을 새우지만 사우나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종종 있다.

‘먹고 자는’ 특수 외에 진정한 국감 대목은 사실 따로 있다. 인쇄소다. 국회는 이미 지난 2004년 온라인으로 국감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의원 측이나 피감기관 측 모두 종이 문서를 선호하는 건 여전하다.

소속 상임위 당 피감기관은 20여곳. 최소 30건씩만 제출을 요구해도 600건이 넘는다. 여기에 국감기간 의원들마다 2~3권씩 쏟아내는 두툼한 정책 자료집까지 포함하면 국감 기간 국회 안은 그야말로 종이들로 홍수가 난다. 이 모든 것이 국회 주변 인쇄소에서 발간된 것들이다.

미리 자료를 주고받았더라도 막상 국감에 들어가면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국회 앞 인쇄소엔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서로 자신들의 자료를 먼저 뽑아달라고 ‘읍소’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자주 발생한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