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청문회는

# 지난 5월 미국 의회 상ㆍ하원 청문회는 초대형 이슈의 날선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원에서는 미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티파티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와 관련해 핵심 책임자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증인 답변을 거부해 파장이 일었다. 상원에서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역외탈세 혐의로 창립 38년 만에 최초로 청문회에 불려나왔다. 민주ㆍ공화 양당 의원들은 “애플이 아일랜드에 AOI 등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440억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애플이 미국 내 최대 세금회피 기업”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팀 쿡은 이에 대해 “우리는 단 돈 1달러라도 내야 할 세금은 다 냈다”고 항변했다.

▶미 의회 청문회 연간 3200여건=한국에 국정 감사가 있다면 미국에는 의회 청문회가 있다. 입법, 감독, 조사, 인준이라는 4가지 형태의 청문회 중 감독과 조사 청문회가 한국의 국정감사 격이다. 미 상원은 연간 약 1200건, 하원은 연간 2000건에 달하는 청문회를 연다.

감독 청문회는 연방 사업의 성과나 정부 관리들의 업무 수행에 초점을 맞춰 정부 운용의 효율성ㆍ경제성ㆍ효과성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한다. 이 청문회에서 연방 정부의 계획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고 판명될 경우 예산 지출 승인을 철회할 수 있다. 조사 청문회는 정부 관리들의 비리ㆍ부패ㆍ부정혐의나 미국 안팎의 중대한 사안을 다룰 필요가 있을 때 실시된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다룬 하원 사법위 헌법소위원회 청문회나 1986년 상하 양원 합동위원회의 이란-콘트라 청문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레이건 재임시절 미 정부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을 구하기 위해 ‘적대국’ 이란에 무기를 팔고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다 들통난 사건이다.

미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소환되는 기업과 개인은 국경을 초월한다. 2010년 2월에는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렉서스 가속페달 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사태로 소환돼 8시간 동안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의회가 요청한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의회모독죄로 최대 1000달러(약 107만원)의 벌금, 1년 이하 징역을 받는다.

[위크엔드] 클린턴 섹스스캔들서…애플 탈세조사까지…年 3200건 ‘송곳감사’

▶세계 국정조사 언제부터?=국정조사는 전 세계 의회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꼽힌다. 헌법 차원의 국정조사 권한은 바이마르헌법에서 최초로 규정됐다.

특히 국정조사권은 1689년 영국 의회가 아일랜드 가톨릭교도의 폭동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한 특별조사위원회가 효시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