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수능 20년 · 미리보는 미래

1994학년도 1차 수능 지원자 71만여명 2000학년도 89만여명 지원 역대 최다

출산율 감소 여파 고교졸업자 수 줄어 수시비중 확대도 수능 존재감 약화 요인 취업 후 진학 분위기 확산도 한몫 지방대·전문대는 생존경쟁 이미 시작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과거 하나의 시험을 넘어 국가적인 행사에 가까웠다. 수능이 대학에 진학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데다 지원자가 워낙 많았던 탓에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수험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것과는 별개로 수능 자체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수시전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을 갈 수 있어 수능에 대한 비중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수능을 보는 응시자 수가 크게 줄었다.

▶수능 없인 대학도 없던 1990년대=첫 수능이 치러진 1994학년도 1차 수능 지원자 71만6326명을 시작으로 1996학년도 84만661명, 1998학년도 88만5321명 등 매년 수능에 ‘목을 매는’ 수험생이 늘었다. 2000학년도엔 89만6122명이 수능에 지원해 정점을 찍었다. 당시 평균 대학입시 경쟁률이 4~5대1에 달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013년 고교 졸업자는 약 63만1000명에 달하지만 339개에 달하는 대학(전문대 포함)의 입학정원은 55만9036명이다. 70%에 이르는 대학진학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입 지원자가 대학 정원보다 10만명가량 적다. ‘미달’이다.

이 같은 불균형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현실화했다. 수능 지원자 수는 2000학년도 이후 빠르게 줄어 불과 2년 만에 73만9129명으로 17.52% 감소했다. 이듬해인 2003학년도 수능에선 급기야 70만명대 벽이 깨졌다. 모두 67만5922명만이 수능에 지원, 실제 수능 응시율 및 대학 지원율을 감안할 때 처음으로 대학 입학 경쟁률이 1대1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질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 수는 2018년 54만9890명, 2023년 39만7998명으로 계속 줄어든다. 대학 입학 정원이 현재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2018년이면 고교 졸업자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아지게 된다.

저출산 직격탄…일부대학 정원채우기 살얼음

▶저출산 직격탄 맞은 수능=이처럼 수능 지원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1980년대 초 불어닥친 저출산 바람으로 2000년대 초부터 고등학교 정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유ㆍ초ㆍ중ㆍ고교 학생 수는 약 718만7384명으로 지난해보다 2.7% 감소했다. 1980년만 해도 유ㆍ초ㆍ중ㆍ고교 학생 수는 1000만명에 달했다. 또한 ‘취업 후 진학’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고교 졸업생이 대학 등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이 70.7%로 0.6%포인트 낮아져 4년 연속 하락했다. 반면 고졸 취업률은 지난해보다 0.9%포인트 높아진 30.2%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이처럼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 수는 줄어드는 반면 교육당국은 1996년 대학 설립 인가조건을 완화하는 등 대학 정원을 늘려왔다. 대학 정원과 대입 지원자 수가 처음으로 역전된 2003학년도 수능을 앞둔 2002년에도 대학 신설 신청이 14건에 달했다. 증원 신청도 전국 105개 대학, 1만5000여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대학 미충원율은 2003학년도 9.4%, 2004학년도 11.7%, 2005학년도 10.2%대로 높아졌다.

특히 지방대나 전문대는 ‘유령 캠퍼스’가 될 정도로 미충원율이 심각하다. 일부 중소도시 전문대에선 정시모집은 물론 추가모집까지 했음에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 대학은 미달이 심한 야간 과정을 없애거나 장학금 등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아예 입학식을 2월로 앞당겨 신입생의 이탈을 막기도 했다.

고교 졸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과 별개로 수시전형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수능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1990년대 말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4%에 불과했던 수시전형은 올해 66.2%까지 확대됐다. 서울대의 경우 내년도 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정원의 83%를 차지한다. 종류도 대학별, 모집학과별로 상이해 3000가지가 넘는다.

▶부실 대학 퇴출로 균형 맞추기=수능 지원자와 대학 입학 정원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당국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2023년까지 대학 입학 정원을 현재보다 16만명 줄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앞서 정부는 전체 대학 중 하위 15%를 가려내 정부 재정 지원을 끊고 부실 정도에 따라 강제 폐쇄하는 방식으로 2011년부터 현재까지 5개 대학의 문을 닫게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하위 대학 모두 정원을 축소해 나갈 방침이다. 상위 대학이 정원을 줄일 경우 지원금을 늘려주는 ‘당근’을, 하위 대학엔 기존대로 지원을 끊는 ‘채찍’을 병행해 나간다는 것이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