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
6200만 에코세대 주소비층 등장 직주 근접형 실용 주택 공급 박차
다양한 소득·연령층 더불어 사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단지 개발 지향
역모기지·저렴한 노인주택 활성화 의료·편의시설 등 부처간 협업 강화
향후 인구 구조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는 문제는 단순한 주택수요 문제를 넘어 내수 경기와 같은 경제 성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러면 미국의 인구 구조는 어떻게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우선 미국의 절대인구는 출산에 의한 자연적인 인구 증가와 멕시코 등 인접국가에서의 이민인구 증가로 상당 기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통계당국의 전망이다. 2010년 3억1000만명에서 2020년 3억3400만명으로 증가하고, 2050년에는 4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절대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주택시장에서 신규주택 수요 창출과 기존주택 개량수요로 이어져, 주택산업이 계속해서 미국 전체 경제성장의 동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의 이면에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출산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미국 통계국의 인구 전망치에 따르면, 2000년 3500만명이었던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2030년에는 7300만명으로 대폭 증가하고, 고령인구의 비율도 2012년 13%에서 2030년 20%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85세 이상의 초고령인구도 2000년의 420만명에서 2030년에는 9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여기에 인종적으로, 민족적으로도 과거보다 더 다양해지고 있다. 2012년의 경우 백인 인구는 출생보다 사망이 많아 역사상 처음으로 순 자연인구의 감소를 경험한 반면, 아시안과 히스패닉은 각각 2.9%, 2.2% 증가했다. 현재 65%를 차지하고 있는 백인 인구는,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소수 인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 세대로 1981∼1995년에 태어난 6200만명의 이른바 ‘에코 붐(echo boom)’ 세대가 생애 처음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그들 자신의 가구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향후 10년간 미국 사회에서 이들 에코 붐 세대가 임차주택의 핵심 수요 계층으로 등장함과 동시에, 이들 세대의 상당수는 점차 자가 가구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구 구조의 변화들은 주택 수요의 변화와 함께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주택의 유형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주택 정책도 이런 변화 추세에 맞춰 근본적으로 재설계의 필요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고령화의 급진전에 대응하여 연방정부 차원에서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부(HUD)와 의료ㆍ국민건강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HHS) 간에 협업이 어느 때보다 더 강조되고 있다. 노인 가구들을 위한 이동 편의시설과 각종 의료시설 확보를 위한 주택 개보수와 리모델링은 이들 양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노인 가구들이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강구되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 형식으로 생활자금을 지원해주는 ‘역(逆)모기지’ 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고 있으며, 무주택 임차가구를 위해 저렴한 ‘노인주택(Assisted Living)’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많은 지역에서 에코 붐 세대는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 후 생활비를 마련하고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내놓은 주택을 흡수할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에코 붐 세대에 의한 주택 매물 흡수과정은 주택시장에 선순환을 가져오고, 지역 주택시장의 안정과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이들의 주택 수요 양태는 과거 베이비 붐 세대와 달리 주택을 구입하는 목적이 단순히 주거 안정이 아니라 투자나 자본 형성에 더 중점을 두고 있으며, 환경 문제와 시간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실용성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무작정 주거지를 교외지역에 건설하기보다는 뉴 어버니즘(New Urbanism) 요소를 적용한 도시와 주택단지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과 주거지를 근거리에 배치하고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주택을 혼합 개발함으로써 여러 소득계층과 연령층이 함께 더불어 사는, 이른바 ‘Age-Income Mix’를 추구하고 있다. 아울러 에코 붐 세대들의 주택 구입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 감면 확대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럼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미국과 비교해볼 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통계청의 전망치를 보면 그동안 증가 일로에 있던 절대인구가 결혼율과 출산율의 하락으로 2030년부터 줄어들고, 이에 따라 가구 수도 감소해 주택 수요가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고령인구 비율도 크게 늘어나 2026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여기에 전체 가구 중 25% 정도가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로 가구 구성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택에 대한 사회·경제적 인식도 많이 변화되고 있다.
당연히 정부 주택정책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보다 엄밀하고 세분화된 중장기 인구와 주택 수요 추계, 국민들의 주택 수요 변화에 대응한 주택공급계획의 조정, 관련기관 간의 협업체계 강화 등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국장 jhh324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