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형 모기지를 향한 외침?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전용면적 43㎡ 신축 다세대주택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을 내고 사는 직장인 신영길(가명ㆍ33)씨는 맞벌이 신혼부부다. 부부의 연간 총소득이 5000만원 선인데다 내집마련 경험도 없다. 정부가 확대 시행하는 ‘공유형 모기지’의 수혜 대상이지만 신씨 부부는 신청할 생각이 없다. 2억원 가까이 대출을 받아도 마음에 드는 새 아파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월세 보증금조차 대출을 받아서 충당한 상황에선 또다시 연소득의 4배정도를 빚 낸다는 게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신씨는 “최대한 적게 대출받아 저렴한 빌라나 다세대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사실 빚 내서 집 사라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빚 내서 비싼 아파트를 사라는 것은 더 마음에 안 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신씨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3일 내놓은 ‘공유형모기지(부동산 담보대출)’를 두고 주택 수요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모기지의 매입 대상 주택이 85㎡이하에 6억원 이하인 수도권(서울 포함)ㆍ광역시 아파트로 한정돼 같은 조건의 연립ㆍ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연립ㆍ다세대주택 중 면적 85㎡ 이하는 94.7%에 이른다. 전국 연립ㆍ다세대주택 185만522가구중 180만4500가구가 수도권과 5대광역시에 분포하고 있다. 이 지역의 85㎡이하인 연립ㆍ다세대주택 비중이 90%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해당지역 연립, 다세대의 가격도 6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 11월 현재 수도권 및 5대광역시 소재 비 아파트 주택의 ㎡당 평균가는 218만5000원. 이를 85㎡ 아파트에 적용하면 1억8572만원에 달한다. 결국 이번 공유형 모기지의 매입대상과 같은 조건임에도 ‘소외된’ 연립과 다세대주택은 최소 170만가구 이상인 셈이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공유형 모기지의 매입 대상 아파트 총 409만여가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연립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선 ‘아파트만 주택이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A공인 권찬혁(가명) 대표는 “관악구 일대에서 매맷값 3억원 이하의 52.8㎡규모 연립, 다세대주택만 해도 전체의 30%정도”라며 “연이율 1%대의 좋은 조건인 만큼 매입 대상을 비(非) 아파트로 확대한다면 매수심리 회복에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천동 B공인 관계자도 “대출을 몇억원씩 받아서 아파트로 들어가는 서민층이 몇이나 되겠냐”며 “정부 정책은 서민주택 활성화 정책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실제 서민주택 수요는 속속 연립과 다세대로 몰리는 추세다. 11월 기준 수도권 및 5대광역시 연립, 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65.3%를 찍었다. 이는 올 초부터 꾸준한 상승세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저가 주택을 찾는 수요가 몰리는 만큼 아파트에 비해 적은 자금으로 매매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그 만큼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시세와 관련한 거의 모든 정보가 아파트에 집중된 것을 다세대, 연립주택 ‘소외’의 한 원인으로 봤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연립이나 다세대는 유형별 가격이나 임대료 분석 등 많은 정보가 세분화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정부는 비(非) 아파트 관련 정보 생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관계자는 “시세파악이 쉬운 주택유형은 현재로썬 아파트뿐“이라며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한 많은 수요자에게 혜택이 가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