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 식품코너에서 일하는 박모(43ㆍ여) 씨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딸을 하나 두고 있다. 그는 “애한테 항상 미안했는데 앞으로 더 미안한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나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아기 때도 일하느라 내 손으로 직접 보살펴 준 적이 거의 없었고, 형편도 넉넉치 않아 대학 등록금 걱정이 벌써부터 든다는 것이다. 박 씨는 “딸이 피아노를 좋아하고 재능도 많다는데 기분 좋지 않을 엄마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가끔은 ‘나중에 딸이 음대를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다”고 자책했다.

박 씨처럼 우리나라 ‘워킹맘’들은 아이를 키울 때 정서적ㆍ경제적 면에서 큰 기여를 해야 한다는 높은 책임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족되지 못한 부담감이 죄책감으로 돌아와 워킹맘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워킹맘은 고단하다. 직장 퇴근 후에는 또다시 집으로 출근해야하는 우리나라 워킹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시간이다. 남편보다 13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한 워킹맘이 출근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대한민국 워킹맘은 고단하다. 직장 퇴근 후에는 또다시 집으로 출근해야하는 우리나라 워킹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시간이다. 남편보다 13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한 워킹맘이 출근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한국여성단체연합이 20세 이상 60세 미만 여성 2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자리와 생애사 실태조사’ 결과 3세 미만 영ㆍ유아시기에 엄마가 직접 돌보지 않는 것이 아동의 ‘정서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75.2%에 달했다. 20∼30대(70.5%) 여성에 비해 40∼50대(78.1%) 여성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더 높았고, 취업자에 비해서 비(非)취업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지능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도 전체의 57.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아빠여도 상관없고 할머니나 그 누구던 간에 따뜻한 돌봄이 필요할 뿐이라는 생각은 아직 널리 퍼져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성은 아이는 엄마 손으로 직접 키워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뿌리깊은 상황에서 최근 잇따른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은 워킹맘들의 죄책감을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3살 된 아이를 둔 회사원 정모(36ㆍ여) 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두는데 선생님들도 다 좋으신 분이지만 혹시나 나쁜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매번 노심초사하게 된다”며 “아이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워킹맘은 고단하다. 직장 퇴근 후에는 또다시 집으로 출근해야하는 우리나라 워킹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시간이다. 남편보다 13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한 워킹맘이 출근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대한민국 워킹맘은 고단하다. 직장 퇴근 후에는 또다시 집으로 출근해야하는 우리나라 워킹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시간이다. 남편보다 13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한 워킹맘이 출근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이 같은 엄마들의 책임감은 자녀 교육에 대한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비교적 높은 학교급까지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등학교까지만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29.0%였고, 대학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답한 여성은 44.9%였다. 자녀가 원하는 데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도 10.1%에 달했다. 특히 자녀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본인의 취업이 필요한지에 대해 여성의 85.6%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비취업 여성 중에는 79.1%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한민국 워킹맘은 고단하다. 직장 퇴근 후에는 또다시 집으로 출근해야하는 우리나라 워킹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시간이다. 남편보다 13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한 워킹맘이 출근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대한민국 워킹맘은 고단하다. 직장 퇴근 후에는 또다시 집으로 출근해야하는 우리나라 워킹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시간이다. 남편보다 13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한 워킹맘이 출근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장 연구원은 “이로 미뤄 비취업 상태인 여성의 80%는 교육비 때문에 취업이 필요하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여성들은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 엄마로서의 정서적 기여를 해야 할 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리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취업 여성만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설문한 결과(복수응답) 40대 취업 여성은 일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양육ㆍ교육비(71.5%)를 꼽았다. 이어 생활비 마련(69.1%), 자아실현(69.0%), 노후준비(61.6%) 등의 순이었다.

대한민국 워킹맘은 고단하다. 직장 퇴근 후에는 또다시 집으로 출근해야하는 우리나라 워킹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시간이다. 남편보다 13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한 워킹맘이 출근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대한민국 워킹맘은 고단하다. 직장 퇴근 후에는 또다시 집으로 출근해야하는 우리나라 워킹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시간이다. 남편보다 13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한 워킹맘이 출근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한다는 뿌리 깊은 이데올로기가 워킹맘들의 죄책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엄마가 양육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을수록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에는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육과 교육은 국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모에게 그 책임을 지워버리는 경향이 있고 이것이 엄마 개인이 죄책감을 갖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보육과 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