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의 두얼굴

판검사 꿈꾸던 젊은이의 공간 옛말…이젠 일용직들 휴식처로 속속 변화

‘신분상승 요람에서 도시빈민 안식처로…’

과거 판ㆍ검사나 고위 공직자를 꿈꾸던 젊은이들의 ‘요람’이던 고시원이 최근들어서는 서민들의 주거지로 변신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고시원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하던 고시 공부와 관계없는 일반 주택지역이나 대학가 등에 고시촌이 성업하고 있다.

반면 고시원 밀집지역이었던 ‘고시촌’ 관악구 신림동의 고시원은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신분상승 요람서 도시 빈민 안식처로

2일 소방방재청과 서울시,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고시원 숫자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0년 6597 곳이었던 고시원 수는 2011년 8273 곳, 2012년 1만191 곳, 2013년 1만1232 곳, 2014년 1만1457 곳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서울시 내 각 자치구별로 들여다보면, 과거 고시촌의 대명사였던 관악구의 경우 5년 사이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관악구의 경우 2010년 652곳이었던 고시원 숫자가 997 곳으로 늘어나 5년 사이 52% 가량 증가했다. 노량진 공시촌이 있는 동작구도 2010년 373 곳에서 2014년 575 곳으로 54% 가량 증가했다. 이에 비해 일반 주택가 위주의 자치구에서는 고시원 숫자가 두세배 폭증했다.

2010년에 비해 2014년 고시원 숫자가 2 배 이상 늘어난 지역은 도봉구(25곳→77곳), 중랑구(60곳→152곳), 구로구(80곳→172곳), 금천구(68곳→176곳), 강서구(86곳→191곳), 성북구(140곳→315곳) 등이다. 은평구, 영등포구 등도 8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고시원이 신림동과 노량진을 벗어나 서울 곳곳에서 우후죽순 생기는 이유는 최근들어 고시원의 활용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고시원이 특정 목적을 위한 공간이 아닌 도시 서민들의 주거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과거 신림동과 노량진에 몰려있는 고시원은 고시생들의 유일무이한 거주지였다.

2평~3평 남짓한 작은 방에 창문이 없는 고시원은 10만 원~3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가난한 고시생들이 꿈을 키우는 공간이었다.

이들은 인근 고시식당에서 2500 원짜리 식사를 하고, 공부를 하면서 ‘신분상승’을 위해 매진했다. 하지만 현재 고시원은 도시빈민의 주거지 역할을 겸한다. 강남, 역삼동 일대의 고시원은 일용직 노동자나 미용실 직원 등 대도시의 저소득노동자들이 값비싼 전ㆍ월세를 피해 거주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처럼 고시원 거주자 구성원의 범위가 가난한 고학생에서 일반인으로 확대되면서 고시원 가격도 날로 치솟고 있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민달팽이 유니온’은 지난 해 서울 고시원 평당 월세 평균 각격은 15만2685 원으로, 강남 타워팰리스 평당 월세 평균가격인 11만8566 원 보다 비싸다는 조사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측은 “고시원 숫자가 증가하면서 고시원 안전과 범죄노출 가능성 등 새로운 사회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며 “고시원 거주자를 포함한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