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41ㆍ여)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징역 3년형을 구형받은 후 최후 진술에서 ‘사과’와 ‘용서’를 언급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해 주목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조 전 부사장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양형에 있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끝까지 (비행기 회항을) 승무원과 사무장 탓으로 돌리고 있고, 언론을 통해 한 사과와 반성은 비난 여론에 못 이겨 한 것일 뿐 진지한 자성의 결과를 찾기 어렵다”며 구형의 근거를 설명했다.
검찰의 최종의견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조 전 부사장은 피고인 최후 진술에서 여러 차례 고개 숙여 사죄의 발언을 했다.
그는 “저로 인해 씻을 수 없는 많은 상처를 입으신 박창진 사무장과 김모 승무원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문을 연 조 전 부사장은 이어 “커다란 분노와 충격을 느꼈을 국민에게도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자신으로 인해 많은 ‘질책’과 ‘비난’을 받아야 했던 회사 임직원에게도 고개 숙였다.
그러나 정작 조 전 부사장의 사과를 받아야 할 직접적인 ‘피해자’인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의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법정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은 한 번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일말의 양심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힘없는 사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봉건시대 노예처럼 생각해서인지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지금까지도 남 탓만 하고 있다”고 작심한 듯 비난을 쏟아냈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이날 공판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폭행 등에 대해서는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사건의 발단은 박 사무장과 김 승무원 등에 떠넘겼다.
조 전 부사장이 흘린 눈물에 ‘악어의 눈물’이란 비판이 적잖은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조계 관계자들은 조 전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융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이른바 재벌가 양형 공식이 있지만, 이는 주로 횡령 등을 저지른 재벌 총수에 해당되는 말”이라면서 “조 전 부사장에겐 이 공식이 적용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1심 선고의 형량은 일반적으로 구형량보다 낮기 때문에 1년6월에서 2년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도 “피해자와 합의가 전혀 안 됐고, 죄를 사실상 부인하고 있다는 점, 거리가 17m라곤 하지만 충분히 항공 안전에 위험이 생겼다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1년에서 2년 사이의 실형이 나올 것”으로 점쳤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오성우 부장판사의 엄격한 태도도 실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오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의 회사 복귀나 건강 상태 등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는 반면 조 전 부사장에게는 “혹시 지금 내가 왜 이렇게 앉아있나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등 대조된 자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의 형량을 결정하는 주요잣대는 항로이탈 여부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정서법상 괘씸죄가 될 것”이라며 “항공기 출입문을 열고 닫는 등의 법리 공방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열고 불만을 닫는 진정성 있는 대국민호소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에서 최근 새롭게 마련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에 ‘징역 4년형’이 선고되는 것도 가능하다.
업무방해죄는 기본 양형기준이 징역 6개월에서 1년6개월로 설정됐고, 감경하면 징역 8개월 미만이다. 가중요소가 있을 시 징역 3년 6개월까지 선고 가능하다.
강요죄는 징역 6개월에서 1년, 감경하면 징역 8개월 미만이다. 또 가중하면 징역 2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이미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기본 양형기준이 징역 8개월에서 1년6개월이다.
당초 조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항공보안법 2개 혐의를 제외해도 나머지 3개 혐의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될 시 감경ㆍ가중 사유가 없으면 징역 4년까지 선고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새 양형기준은 7월부터 적용되는 것이라 조 전 부사장의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참고 수준 정도는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심에선 실형을 선고받겠지만,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 6월~2년에, 집행유예 3~5년을 선고받아 풀려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일각에선 조심스레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한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한 경우 형법 제51조를 참작해 1년 이상 5년 이하 기간 동안은 형의 집행을 미룰 수 있다.
특히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에서는 형을 정함에 있어 ‘범행 후의 정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는데, 이는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지 여부 등을 의미한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의 사죄와 눈물도 51조를 넓게 보면 적용 가능한 셈이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선고는 오는 12일 오후 3시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