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에 있는 한 극장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이날이 정부가 지난해부터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로 지정ㆍ운영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이어서 극장행을 택한 것이다. 그는 앞서 작년 1월부터 영화ㆍ뮤지컬ㆍ미술전 관람, 체육활동 등 5차례에 걸쳐 ‘문화가 있는 날’에 몸소 문화ㆍ체육 현장을 찾았다.
처음하는 영화 관람이 아니지만, 박 대통령의 ‘국제시장’ 관람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시대상과 이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으로 적지 않은 뒷말을 낳았기에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가 어려웠던 시절, 평범한 국민들의 얘기에 초점을 맞춰 파독광부, 베트남 전쟁 참전 등의 현대사를 아우르며 1000만 관객 동원(1월 13일 기준)에 성공했다는 긍정 평가가 있는 반면, 진보 진영에선 보수ㆍ우파를 위한 영화라며 이념 논쟁도 불거졌던 화제작이어서다.
일단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왜 ‘국제시장’을 택했냐는 지적을 한다. 개봉(작년 12월 17일)한지 40여일이 지났고, 애국심을 둘러싼 논란도 있는 영화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보면 안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며 “1000만명이 봤으면 관심을 가질 만하고 또 재미있는 영화라는 반증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시장’에 대한 호평을 작년과 올해 초에 걸쳐 3차례나 내놓으며 이 영화에 주목하게 했다. 먼저 작년 12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이 영화를 처음 언급했다. ‘국제시장’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애국심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 영화를 염두에 두고 발언했다.
그는 “애국가에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이런 가사가 있지 않습니까.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 사랑해야 되겠고, 또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하고…”라고 웃으며 “그렇게 우리가 해야 이 나라라는 소중한 우리의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구성원인 우리 국민들이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할 때 나라가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고, 또 공직에 있는 우리들은 더욱 그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 발언을 두고 박 대통령이 진작에 ‘국제시장’을 본 것으로 해석한 측이 적지 않았으나, 실제 관람은 이날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5ㆍ6일, 각각 경제계 신년인사회와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도 ‘국제시장’을 거론했다. 경제계 인사들과 만났을 때엔 “최근 영화 ‘국제시장’ 흥행에 힘입어 부산 국제시장을 찾는 방문객이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시장 상인들은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고 했고, 문화계 인사들에겐 “‘국제시장’ 얘기도 하셨고, 작년에 ‘명량’이라는 영화, 그 영화 한 편이 국민들에게 주는 감동은 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이 영화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는 데다 평소 그가 줄기차게 강조해 온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관람의 ‘적기’라는 판단을 한 걸로 풀이된다. 새해 들어선 정부 각 부처 업무보고 등을 받느라 분주했던 측면도 있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국제시장’ 관람을 결정한 건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 영화가 국내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모든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 근로조건을 지키며 제작한 모범사례라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영화 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산업 전 영역에 상생과 협력의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에 노력해 줄 것도 당부했다”고 말했다.
영화 근로표준계약서는 2014년 2차 영화 노사정 협약 이후 사용되기 시작해 같은해 5.1%에 불과한 계약서 사용률이 작년엔 23%(영화진흥위 12월 조사)로 4배 이상 늘었다.
박 대통령은 ‘국제시장’ 자체의 내용에도 관심이 있지만, 영화 제작 환경도 건강한 산업 생태계 속에서 꾸려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관람을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의 관람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 출연배우인 황정민ㆍ김윤진ㆍ오달수 등과 파독광부ㆍ간호사와 가족, 이산가족 등 20~70대 등 세대별 일반국민 등 180여명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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