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음주운전을 했다는 정황 증거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소위 김호중 방식인 음주운전 직후 소주 한 병을 더 마시는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했지만, 경찰이 이 사실을 명확히 밝혀내지 않는 한, 정황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 논리다.
대구지법 형사6단독 문채영 판사는 지난해 9월 저녁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28% 상태로 약 2.4㎞ 구간을 운전한 혐의로 기소, 재판에 넘겨진 6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당시 A씨는 주차 후 약 39초간 차 안에서 머물다가 밖으로 나왔으며, 약 40분 뒤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측정됐다. A씨가 주차하는 모습이 이상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비틀거리기도 했다는 목격자 진술도 더해졌다.
하지만 A씨는 “주차 후 차 안에서 약 39초 동안 있으며 소주 1병을 모두 마셨다”고 음주운전을 부인했다.
이에 경찰은 음주 측정 수치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차 후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을 빼는 방식으로 계산해 A씨의 음주운전을 검증했다. 하지만 A씨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에서 실제로 차를 몰았다고 판단할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재판부는 후행 음주로 인한 A씨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을 산출하기 위해 기존 판례에 따라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알코올 체내흡수율과 성인 남성의 위드마크 상수 등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부실한 증거 수집도 무죄 판단의 한 이유로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음주 장소와 술 종류, 섭취량, 음주 후 경과시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주장대로 소주 1병을 모두 마셨다고 해도 마시자마자 곧바로 술에 취한 듯한 행동을 한다는 건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고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의심했지만 “그러나 정황증거들 내지 추측만으로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