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신용도 하락 경고음…부동산금융 대체 수익원 찾기 난항
S&P글로벌 이어 무디스도 한국투자증권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부동산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수익원을 찾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도 하락 위기가 갈 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역대급 실적을 낸 일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 증권사)도 신용도 전망이 어두워지며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최근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업계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중소형 증권사의 주 수익원인 부동산 금융의 수익성이 경기 둔화와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으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재성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비교적 최근까지 고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PF를 확대한 중소형 증권사의 부정적인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중 중·후순위 비중은 61%로 대형사 53%, 종투사 22%보다 크다.
중소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15%로 대형사(12%)와 종투사(8%)보다 커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라 손실로 인식될 위험에 더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종투사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 9곳이다. 대형사는 비(非) 종투사 중 자기자본 1조원 이상, 4조원 미만의 증권사, 중소형사는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의 증권사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금융을 대체할만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하지만 주식 중개, 정통 기업금융(IB) 시장에서 종투사의 지위가 이미 공고한 탓에 쉽지 않은 분위기다.
나신평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종투사의 국내 증권거래 중개 규모는 7599조원에 달했던 반면 비(非) 종투사는 1716조원에 그쳐 약 4.4배 차이가 났다.
해외 증권 거래 중개 규모는 종투사 441조6000억원, 비 종투사 113조7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차이 났다.
정통 기업금융(IB) 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5개년(2019~2023년) 주식자본시장(ECM)에서 종투사의 시장 점유율은 평균 74.2%로 비 종투사(25.8%)보다 월등히 컸다.
부채자본시장(DCM) 평균 점유율은 종투사 31.2%, 비 종투사 68.8%로 비 종투사가 더 컸지만, 경쟁이 치열한 탓에 비 종투사의 DCM 수수료율이 종투사보다 낮은 수준으로 형성돼 수익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는 종투사에서 인력을 유치하며 정통 IB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려고 하고 있지만 점유율을 높게 키워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그동안 워낙 부동산 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수익원 다변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부 종투사 역시 부동산발 신용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무디스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높지만, 리스크도 큰 국내 부동산 PF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익스포저는 과거 동종업계 대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과 위험 감수 수준을 높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S&P글로벌 역시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국제 신용평가사는 당장의 실적보다는 앞으로의 경기 전망에 무게를 두고 등급 전망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해외 부동산 펀드 등 해외 대체 투자 비중이 큰 종투사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