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가격 인상 이유에…‘배달앱 수수료 부담’ 거론

배달앱으로 시키면 더 비싸 ‘이중가격제’ 도입 활발

상생협의체 10월까지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 도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배달앱 수수료발(發) 외식가격 인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메뉴가격 인상 이유로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첫손에 꼽은 업체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아예 배달 메뉴는 매장보다 가격을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 도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늘어난 수수료 부담이 음식값 인상으로 돌아와 소비자에게 청구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배달앱-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를 통해 10월까지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도출해내겠다고 한 만큼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 못 버텨” 치솟는 음식값…10월 상생안에 쏠리는 눈
[뉴시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메뉴가격 인상에 나선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명랑핫도그는 “지속적인 원가 상승 및 (배달앱) 플랫폼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한다”면서 대표 메뉴인 명랑핫도그 매장 판매가격을 지난 11일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렸다. 배달 가격은 이보다 더 비싼 2300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메뉴가격을 인상할 때는 임차료·인건비·원부재료비 등을 그 이유로 언급했었는데, 이번에는 배달앱 수수료를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지난달 28일부터 배달앱 주문 시 두 마리 세트 가격을 2만3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2000원 올렸다. 배달앱 수수료 가중으로 가맹점의 손익구조가 위협받는 현실을 고려, 배달앱에 한해 일부 품목만 최소한의 판매가격 조정에 나섰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 움직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달앱 수수료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진 점주의 가격 인상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배달 앱 판매 가격이 매장 판매 가격보다 비싼 이중가격제를 적용하는 외식업체도 늘고 있다. 배달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부담이 기존보다 커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가격 인상이다.

KFC는 지난 3월 이중가격제를 2년여 만에 다시 도입했고 파파이스는 지난 4월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배달 메뉴는 매장 메뉴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했다. 버거킹 와퍼세트는 배달앱과 매장의 메뉴 가격 차이가 1400원으로 더 벌어졌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도 이중가격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에서도 아메리카노 배달 제품 가격은 2000원으로 매장 제품 가격보다 500원 비싸다.

이들 업체는 배달앱 수수료 등 배달 비용 부담 탓에 새로운 가격 정책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외식 업주로부터 음식값의 9.8%를 중개 수수료로 받는다.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하면 10.8%다. 결제 수수료와 배달비는 별도다.

이런 가운데 배달앱 측은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배달앱을 활용해 배달하는 게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정부는 가동 중인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통해 10월까지 상생방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생방안의 핵심은 배달앱 수수료 부담 완화다. 최근 숙박앱 2곳을 상대로 한시적 수수료율 인하를 이끌어낸 만큼, 정부는 배달앱에서도 유사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협의체에 참여 중인 3개 배달앱의 경영 상황이 모두 달라서 각 사가 내놓을 수 있는 상생안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수수료 부담 완화 뿐만 아니라 정보 제공 등 입점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