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즈유 8월 중고차 판매량 집계 보니
휴가철 강세인 SUV 제치고 1~3등 ‘그랜저’ 등극
제네시스 등장에 위상 변경…IG, HG모델도 다양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중고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역할을 맡던 그랜저의 위상이 바뀐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8월 중고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이달 현대차 그랜저HG는 3227대, 그랜저IG는 2107대, 뉴 그랜저IG는 2098대 실거래되면서, 세단 중고차 실거래 1~3위를 기록했다. 3개 모델을 합친 판매량은 7432대에 달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효자품목’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카니발YP(2091대)와 뉴 카니발YP(1833대), 뉴 레이(2440대), 레이(2077대), 뉴 투싼(1372대)의 판매량을 소폭 앞서는 모습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휴가가 많은 8월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RV(레저용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데, 이를 뒤집은 결과로도 풀이된다.
연료계를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도 그랜저의 ‘상승세’는 강력했다. 하이브리드차량에서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IG)가 619대 거래되며 1위에 올랐고, 그랜저 하이브리드(IG)도 372대로 4위에 오른 것이다. 통상 경차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휘발유 연료계 집계에서도 그랜저HG가 2131대 등록되면서 전체 4위에 올랐다.
비결은 여러차례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내려간 가격에 있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현재 연식이 오래된 HG모델의 경우 저렴하게는 500만원대, IG모델의 경우 1000만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며, 중간급 모델도 1000만원 후반~2000만원대 초반에 구입 가능한 가격 경쟁력이 매력점이다. 이에 같은 준대형 모델인 기아 K8보다 저렴하면서도 기존 기아 K7, 르노코리아의 SM6, SM7보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것이 장점이다.
최근 제네시스가 G70, 80, 90의 세단시리즈와 GV60, 70, 80의 SUV까지 라인업을 갖추고 프리미엄 세단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존 프리미엄차 역할을 맡았던 K7과 그랜저의 중고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유튜브나 블로그 등 커뮤니티에서 ‘가성비 중고차’를 꼽는 의견에는 항상 그랜저HG와 IG가 포함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신차 시장에서는 실용성이 높은 SUV가 대세로 잡아가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중후한 승차감을 자랑하는 세단이 여전히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고차시장에 오면 신차대비 가격부담도 낮아지기에, 구형 그랜저 모델을 프리미엄차로 인식하고 있는 30대 이상 소비자들에게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프리미엄차’로 선호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봤다.
실제 외형별 실거래수에서도 8월 세단자동차는 7만2791대로 SUV(4만4558대)와 RV(1만3797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수입 승용차 모델 1~3위에도 1위에는 벤츠 E클래스(5세대), 2위 BMW 5시리즈(7세대), 3위 BMW 5시리즈(6세대)가 오르며 세단이 대세였다. 여전히 세단차에 대한 향수가 많은 40대 이상 세대에게서 세단차에 대한 선호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카이즈유의 이번 집계에서 8월 중고차 실거래 대수는 총 18만9043대로 전월대비 11.2% 감소하고, 전년 동월대비 6.2%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의 경기 불안과 판매량 침체 현상이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