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혼조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경기침체 공포가 시장 전반에 확산했지만, 기술주 위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혼조 수준으로 마쳤다.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첫 TV 토론 결과에 따라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미 대선의 판도가 1차 분수령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투자자들 역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2.63포인트(0.23%) 하락한 40,736.96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4.47포인트(0.45%) 뛴 5,495.52,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41.28포인트(0.84%) 오른 17,025.88에 장을 마쳤다.
이날 증시는 엇갈린 방향을 보이며 마감했으나 장 중에는 다소 변동성을 보였다.
S&P500지수는 한 때 -0.54%까지 낙폭을 확대했고 나스닥지수도 -0.49%까지 밀렸다. 국제 유가가 폭락한다는 소식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도 매도 우위로 돌아선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96달러(4.31%) 폭락한 배럴당 65.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요국 원유 수요 전망치를 두 달 만에 다시 낮추면서 투매 심리를 자극했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을 반영해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기존 하루 211만배럴에서 203만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기술주 위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상승세로 마무리했다. 다우지수 또한 낙폭을 줄이며 약보합으로 마쳤다.
주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7곳을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 중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이 2% 넘게 올랐고 테슬라는 4.58%, 엔비디아는 1.53% 상승했다.
브로드컴은 5.25% 뛰며 최근 급락분을 일부 만회했고 AMD도 3.39% 상승하는 등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오라클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개선된 실적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11.44% 급등했다.
반면 일부 은행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날 5.19% 급락하며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JP모건이 업계 콘퍼런스에서 내년 순이자마진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내놓자 실망감에 투매가 발생했다.
골드만삭스도 카드 사업과 대출 포트폴리오를 매각함에 따라 3분기 세전 손실이 4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여파에 이날 주가가 4.39% 급락했다. 앨리파이낸셜은 주가가 17% 폭락하면서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이 회사의 러셀 허친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생활비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면서 대출자들의 신용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밝힌 점이 주가를 압박했다.
유가 폭락에 정유주도 유탄을 맞았다. 엑손모빌은 3.64% 떨어졌고 셰브런도 1.48% 하락했다.
MRB파트너스의 필립 콜마 글로벌 전략가는 “오늘 방어적 순환매가 약간 지나친 것 같다”며 “사람들이 여름휴가에서 돌아오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날 오후 9시로 예정된 미국 대선 후보의 TV 토론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지지율이 초박빙인 해리스 미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 결과에 따라 서로 다른 경제 정책이 미칠 영향을 예상하며 증시가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도 시장이 주시하는 지표다. 이번 CPI 결과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음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얼마나 내릴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븐스리포트리서치의 톰 에세이 설립자는 8월 CPI가 연준의 이달 금리인하 폭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수치가 약하면 연준은 50bp를 인하할 가능성이 더 크고 증시에도 더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기관투자자협회(CII) 주최 콘퍼런스에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것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어떤 경우가 됐든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와 금융을 빼고 모든 업종이 상승했다. 임의소비재와 부동산, 기술 업종은 1% 이상 올랐다. 반면 에너지는 1.92% 급락했고 금융 업종도 1%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69%로 반영했다. 50bp 인하 확률은 31%로 전날보다 소폭 올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37포인트(1.90%) 내린 19.08을 기록했다.
한편, 11일 국내 증시 역시 한국 시간 오전 10시부터 진행되는 미 대선 토론의 향방을 지켜보며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장 이날 장 마감 후 발표되는 미 CPI 지표를 비롯해 다음주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9월 미 FOMC가 추석 연휴 휴장 기간에 예정된 만큼 대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상장지수펀드(ETF)는 0.6%, MSCI 신흥국 지수 ETF는 0.4% 하락했다. 달러/원 환율 역시 전일 대비 4원 하락 출발이 예상된다”면서 “Eurex 코스피200 선물은 0.1% 상승 마감했지만 리스크 온(Risk-on,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보단 리스크 오프(Risk-off, 주식 등 위험 자산 투자 비중을 낮추는 것) 심리가 지배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