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라이프 패키지’ 등 중고차 잔존가치 보장 총력
“중고차 가격 영향 미칠 수 있는 가격 정책 지양”
주문 생산 체제로 재고 물량 최소화
車업계 “작년 EV9 ‘할인 대란’ 다시 나오긴 어려울듯”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지난해 말 국내 전기차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기아 플래그십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 ‘할인 대란’ 때와 같이 수천만원대의 재고 할인은 앞으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전기차 시장 안정화 전략의 일환으로 주문 생산 방식을 통해 ‘EV 시리즈’의 재고 물량을 최소화하고, 중고차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의 재고 할인을 하지 않기로 내부 지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전기자의 잔존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천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면서 완성차 업계는 소비자들의 불안감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 역시 전기차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을 무상으로 점검해 주는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고객관리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다.
아울러 기아는 ‘기아 e-라이프 패키지’를 통해 전체 전기차 고객을 대상으로 ▷홈 충전기 구매 지원 프로그램 제공 ▷중고차 잔존가치 보장 ▷1년 이내 전손사고 발생 후 기아 신차 재구매 시 전손 차량 가격과 전손보험금의 차액 지원 등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방침 역시 전기차 구매 고객을 위한 사후 서비스 확대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재고 물량을 최소화하고, ‘(재고 물량) 털어내기식’ 할인을 지양함으로써 감가 요인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국내 전기차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EV9의 이른바 ‘할인 대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아는 생산 월별로 EV9 재고 물량에 한해 할인 판매를 단행했다. ‘신차 효과’를 기대하고 초기 생산 물량을 책정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4000대가량의 재고 물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부 재고 모델의 경우 신차 가격 대비 2000만원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일부 전기차 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EV9 구매 견적서 인증 글까지 올라올 만큼 관심이 뜨거웠지만, 할인 전 제값을 주고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 것도 억울하지만, 중고차 가격이 하루아침에 수천만원씩 떨어졌다"며 볼멘소리가 이어진 바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제조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재고 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별 보조금 현황 등을 고려해 이에 맞춰 생산 수량을 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아 EV9의 경우 국내 최초 ‘대형 전기 SUV'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출시전부터 해외에서도 관심이 쏠렸던 모델인 만큼 출시 초기 상대적으로 생산물량을 높게 책정한 것이 단기간의 ‘재고 할인’으로 이어진 특별한 케이스”라며 “전기차 수요 확보를 위해 연말에 어느 정도의 할인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과거 ‘할인 대란’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