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인터파크커머스 독자생존 모색
국내외 SI·FI 외면하는 이커머스 딜
수익 기반 미흡, 구조조정 불가피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큐텐의 부실 경영 사태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불황은 심화되고 있다. 큐텐에 속해 있던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까지 새 주인을 찾아 나서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이커머스 매물은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갈 곳 잃은 이커머스 기업들은 2년 전 업계 예상을 깨고 이커머스 매물을 하나씩 사들인 큐텐처럼 ‘또 다른 큐텐’의 등장을 기다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새 주인을 찾거나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이커머스 기업으로는 ▷11번가 ▷SSG닷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이다. SK그룹의 11번가는 재무적투자자(FI) 주도로 경영권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SSG닷컴은 지배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가 FI 교체를 추진 중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판매자 대금 정산 지연 사태 이후 법정관리를 개시한 가운데 모회사인 큐텐의 자구책과 별개로 투자유치, 매각 등을 통해 독자 생존을 모색한다는 목표다.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큐텐과 선을 긋고 자립하는 자립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M&A 가능성을 낙관하는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이커머스 과점 사업자인 쿠팡과 네이버의 주가도 호황기 대비 50% 이상 하락해 시장 기대감은 낮아진 상태다. 양강 구도에 근접하지 못한 이커머스 기업들은 뚜렷한 경쟁 우위 요소가 없는 데다 대부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번가 역시 마땅한 원매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신선식품에 특화된 이커머스 오아시스가 인수 의지를 내비쳤으나 거래 대가로 현금을 지불할 능력은 부재하다. 오아시스는 자회사를 포함한 지분과 맞교환하는 형태의 거래를 원하지만 11번가 FI인 국민연금, H&Q코리아, 새마을금고,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 등에게 우호적인 방식은 아니다. 이미 투자 기간이 5년을 넘어선 만큼 풀 엑시트 의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마트 측도 SSG닷컴의 신규 FI를 물색했으나 결국 자체 신용도를 기반으로 차입을 일으켜 기존 FI의 엑시트를 도울 전망이다. 이마트가 SSG닷컴 FI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에 돌려줘야 할 자금은 약 1조원 이상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투자 제안을 받았으나 ‘SSG닷컴 지분’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는 찾지 못했다. 이마트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고정 수익을 기대하는 증권사 투자 수요만 확인된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는 “이커머스 매물 대부분 누적된 적자로 부실한 상태인데 돈 주고 살 투자자가 없을 것”이라며 “2년 전 큐텐이 티몬을 인수할 때 큐텐 같은 곳이 등장할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또 다른 큐텐이 나올 수 있겠으나 정상적이라면 이커머스에 투자할 것 같진 않다”라고 말했다.
큐텐이 부실화된 현 시점에 이커머스에 새로 투자하는 의사결정 자체가 시장 논리에 벗어난다는 평가다. 실제로 티몬과 위메프 역시 큐텐에 인수되기 전부터 이미 골칫거리였다. 양사 모두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주주로 두면서 몸값은 높아졌지만 경영 실적이 밸류를 받쳐주지 못했다. 기업공개(IPO)도 나설 수 없어 FI의 출구 전략이 막혀 있던 상황에 큐텐이 등장했던 것이다.
구영배 큐텐 회장은 큐텐 지분과 물류 업체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활용해 티몬과 위메프 경영권을 가져왔다. 티몬, 위메프의 FI는 엑시트가 간절했던 만큼 큐텐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SK그룹도 11번가 경영권을 포기하기 이전에 큐텐과 경영권 양수도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2년 사이 이커머스 매물을 ‘사려는’ 의지를 가진 곳은 큐텐이 유일했다. 현재는 FI는 물론 전략적투자자(SI)도 신규 투자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결국 SSG닷컴 사례처럼 모회사 지원 없는 이커머스는 자연스레 구조조정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수익을 내는 곳만 자력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오아시스의 행보에 시장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다. 컬리 역시 올 1분기 수익 창출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흑자기조를 이어갈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