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기아 인도권역본부장 인터뷰

RV 특화이미지 구축...셀토스·쏘넷 인기

내년 현지서 전기차, 이듬해 하이브리드 생산

“첨단기술·도전정신으로 차별화...100만대 신기록 이어 제2도약” [Hello India]
이광구 기아 인도권역본부장 [기아 제공]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기아를 빼놓을 수 없다.

기아는 2019년 인도에 첫발을 내디딘 지 약 5년 만인 지난 6월 현지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경쟁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현지 완성차 업계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광구 기아 인도권역본부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진출 초기만 하더라도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차급은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었지만, 리스크를 감내하고 도전정신에 기반한 모험을 했다”며 “궁극적으로 이를 토대로 ‘RV(레저용차량) 특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법인장으로 근무했던 이 본부장은 지난 1월 인도 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남미 등 신시장 개척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온 이 본부장이 인도 권역에 온 것을 두고, 업계에선 “기아가 인도 시장에서 제 2도약에 나서기 위한 사전 준비에 돌입했다”고 봤다.

실제 인도는 지난해 기준 중국(2610만대), 미국(1540만대)에 이어 410만대 규모로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본부장은 “아직 인도 내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당 33대에 불과하지만 젊은 층 위주의 인구성장, 높은 경제 성장률, 중산층 증가 속도, 정부의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제조업 육성 정책을 감안하면 내수 시장의 성장성은 분명하다”며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수출 기지의 역할까지 감안하면 글로벌 위상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첨단기술·도전정신으로 차별화...100만대 신기록 이어 제2도약” [Hello India]
기아 인도 주요 판매 차종인 카렌스(왼쪽부터), 셀토스, 쏘넷 [기아 제공]
“첨단기술·도전정신으로 차별화...100만대 신기록 이어 제2도약” [Hello India]

기아는 현재 인도에서 4종의 차량을 판매 중이다. 경쟁사 대비 한정적인 모델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기아의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은 ‘셀토스’다. 지난 6월 말까지 전체 누적 판매에서 셀토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했다. 현지 전략 모델인 ‘쏘넷’ 역시 30%가 넘는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두 모델 모두 소형 SUV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본부장은 “성장성에 초점을 두고 없던 차급을 도입해 상품 우월성을 과시하고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며 “첨단 기술 선호도가 높은 현지 고객의 특성을 반영해 기존에 없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및 커넥티비티와 같은 기술을 소개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첨단 기술력은 수상으로도 입증됐다. 지난해 기아는 준중형 RV ‘카렌스’, 준중형 전기 SUV ‘EV6’ 2개 모델이 동시에 ‘인도 올해의 차(ICOTY)’를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 해에 2개의 차가 ICOTY를 받은 것은 기아가 최초다.

이 본부장은 이같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의 5년을 준비하는 데 매진 중이다. 특히 올해는 중장기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매우 중요한 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내년부터 기존 모델을 교체하는 신모델이 출시되는 만큼, 올해 법인의 질적 성장을 강화하고 판매력을 확보해 중장기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판매 네트워크를 대폭 확충하고, 고객 관리 역량 강화 및 판매 지원 시스템 구축에 집중한다. 또 현지화를 위한 현지 직원 역량 강화에도 중점을 둘 계획이다.

특히 이 본부장은 인도 시장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도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가격 지향에서 가치 지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신기술 및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해 현지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인도는 지역마다 다른 문화, 언어, 인종, 종교로 구성된 국가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분석과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현지 생산 공장의 유연성을 기반으로 지역별 기후 및 도로 조건, 소비자 사용 패턴에 최적화된 프로세스 및 다양한 상품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제공하겠다”고 했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글로벌 트렌드 역시 인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인도에서는 지방, 농촌 지역의 신규 진입 소비층이 내연기관 모델의 성장을 주도하고, 대도시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전동화 시대를 준비하는 동시에 내연기관 경쟁력 강화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SUV 차급 위주로 모델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 본부장은 “부족한 현지 전력 상황과 충전 인프라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다소 공격적인 목표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타타나 마힌드라와 같은 로컬 브랜드가 전동화 시장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기아 역시 시장 성장 속도에 맞는 유연한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초기에는 EV6, EV9과 같은 프리미엄 모델로 전기차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2025년부터는 현지화 볼륨 모델을 투입해 전기차 시장 성장에 적기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도 공장에서 2025년부터 전기차를 양산한다.

또 이 본부장은 “전동화의 교두보 역할로 주목받는 하이브리드 시장 역시 적지 않은 성장이 예측되는바, 2026년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해 내연기관 모델의 상품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