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이달에만 4.46조원↑
수차례 금리 인상에도 주담대 잔액 상승세 지속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
당국 “6월에 비해 급증하지는 않아…추가 대책 고려”
[헤럴드경제=김광우·홍승희 기자] “금리만 올리고, 대출은 안 잡히고…은행은 욕만 먹고 있다”(한 시중은행 부행장)
주요 시중은행이 늘어나는 가계대출 수요를 막기 위해 줄줄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걸 넘어 대출 틀어막기에도 나섰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대출 증가세는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행한 이후인 최근 3일 동안에도 이들이 취급한 가계대출 잔액은 8500억원에 달해, 이달 초 수준을 유지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이 연기된 데다 부동산 상승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가계대출 관리 방침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결과다.
은행권 금리 ‘줄인상’, 가계대출 억제 효과 없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3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3조422억원으로 지난달 말(708조5723억원)과 비교해 4조4699억원(0.63%) 늘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이 552조1526억원에서 556조6480억원으로 4조4954억원(0.81%) 불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지난 5월과 6월에도 각각 5조3157억원, 5조8466억원가량 늘어난 바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압박이 이어지자 이달 들어 줄줄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급기야 대출 취급을 일부 중단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다주택자, 그리고 대면 대환대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취급을 중단키로 했다. 지난 3일 주담대 금리를 0.13%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달 18일에도 0.2%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이달 두 차례 인상 결정했다. 농협은행도 지난달 27일과 이달 24일에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씩 인상했다.
하지만 주요 은행들의 금리 인상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인 이달 18일부터 23일까지 3영업일 간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58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6963억원 증가해, 1영업일당 평균 2320억원가량 잔액이 늘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기 전인 이달 1일에서 4일까지 평균 2071억원가량 주담대 잔액이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되레 대출 증가세는 빨라졌다.
은행권에서는 준거금리로 작용하는 은행채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며, 가산금리 인상분을 상쇄한 영향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은행채 금리(5년물, AAA)는 3.324%로 이달 초(3.490%)와 비교해 1.66%포인트가량 줄어든 상태다. 대부분 은행이 0.2%포인트 전후로 금리를 인상한 걸 고려하면, 실제 금리 변동 폭은 크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는 이미 넘어섰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5대 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경영목표(연간 증가액) 총합은 12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이달 23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도 말(692조4094억원)과 비교해 20조6328억원가량 늘어난 상태다. 이는 관리 목표치보다 8조원가량 많은 수치로, 165% 수준에 달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 계속…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
이에 은행들은 지속적으로 대출금리 인상 등 조치를 통해 수요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5대 은행 주담대 중 유일하게 2%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다음주부터 0.2%포인트가량 금리 추가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약 3년 만에 나타났던 2%대 주담대 금리는 한 달 만에 다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또한 오는 29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한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알아서 금리를 올려가면서 수요를 억제하려고 하는데 금융채가 워낙 내려가 가산금리를 올려도 효과가 없다”면서 “당분간은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이렇게(금리인상을) 조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조치로 가계대출 수요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9월로 돌연 연기한 바 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차주의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로, 가계대출 규제 방안 중 하나로 여겨진다. 문제는 스트레스 DSR이 미뤄지며, 이를 피하기 위한 ‘막차’ 수요가 은행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담대 수요의 주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는 집값 상승 기대감마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5로 6월 108에서 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116)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100이상 이면 1년 후 집값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자 많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향후 상황에 따른 추가적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지역이 오른다기보다 서울 주요 단지를 위주로 거래가 많은 데다, 집단대출과 IPO 수요도 작용했다”면서도 “전체적인 숫자를 봤을 때 6월달에 비해서는 은행 (가계대출이) 급증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특단의 대책을 쓸 상황인 지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