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체코 1부 리그 축구팀 후원
경기장 명칭에 ‘두산’…매년 12억 이상 지원
축구팀 명성 높아지면서 두산 인지도 상승
두산스코다파워 공장 있는 체코 플젠시와 상생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우리나라가 경제 효과 최대 48조원 규모의 체코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 수주에 성공한 가운데 두산의 현지 밀착 마케팅이 주목 받고 있다. 2009년 체코 기업을 인수한 이후 현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인기 축구팀을 16년째 후원하는 것은 물론 축구 경기장 명칭에 두산을 넣은 것이다. 이 같은 마케팅이 우리나라 이미지를 높이고, 수주전에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2009년부터 16년째 체코 1부리그 축구팀 ‘FC 빅토리아 플젠’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체코 플젠시에 있는 증기터빈 기업 스코다파워(현 두산스코다파워)를 인수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당시 스코다파워는 2005년부터 FC 빅토리아 플젠을 후원하고 있었다.
두산은 인수 이후 축구단에 대한 후원을 계속 이어가는 동시에 마케팅을 더욱 강화했다. 유럽에서 이름이 덜 알려진 두산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지 인기 스포츠인 축구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두산은 FC 빅토리아 플젠 홈구장 명칭을 ‘두산아레나’로 변경했고, 경기장 내부에 50개가 넘는 두산 광고판을 설치했다. 유니폼 정면에는 ‘두산(DOOSAN)’ 로고를 넣었다. 연간 12억원 이상을 후원하는 등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자국 리그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던 FC 빅토리아 플젠은 리그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강팀으로 거듭났다. FC 빅토리아 플젠의 높아진 명성은 자연스레 두산의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지 밀착 마케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플젠시에서 전문 기술인 양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고등학생 대상으로 직업훈련센터를 운영하는 등 현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기술 체험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두산과 플젠시와의 상생 관계가 우리나라의 체코 원전 수주에 플러스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현지에서 해당 국가 및 기업이 갖고 있는 이미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두산은 이번 수주전에서 체코와의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두산 파트너십’ 행사에서 체코 원전에 설치하게 될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두산스코다파워가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무탄소 발전 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제공, 체코가 유럽 내 무탄소 발전 전초기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행사에 참석해 플젠시와의 상생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두산은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유럽은 최근 24시간 내내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최근 마지막 원전을 폐쇄한 지 35년 만에 원전 부활을 공식화했다. 두산 관계자는 “체코 원전 최종 계약까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