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애플페이 외 다른 결제 방식 허용해야”
이달 25일 유럽경제지역 30개국 전역에 적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애플이 유럽연합(EU)의 ‘과징금 폭탄’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이르면 이달 말부터 사실상 유럽 전역에서 애플페이 외 다른 결제 방식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개방 조치로 유럽 아이폰 이용자가 애플페이 대신 알파벳의 ‘구글 페이’, 삼성의 ‘삼성페이’도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플은 아이폰의 ‘탭앤고’(tap-and-go) 기술에 경쟁업체들의 접근을 허용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술 접근 권한은 (경쟁업체에) 무료로 제공된다”면서 “이번 (애플 측) 약속으로 애플페이에 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달 25일까지 애플이 시정안을 이행해야 한다며 “25일부터 (외부의) 개발자는 애플페이에 탑재됐던 것과 동일한 탭앤고 기술을 갖춘 모바일 지갑을 아이폰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 27개국을 포함한 유럽경제지역(EEA) 전역에서 10년간 유지된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연간 전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과 일일 매출의 5%에 대한 이행 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집행위는 덧붙였다.
탭앤고는 근거리 무선 통신(NFC) 결제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갖다 대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기기에서 애플페이만을 허용한다.
집행위는 2020년 애플페이의 시장 지배력을 고려할 때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독점법 조사를 개시했다.
2022년 5월에는 예비조사 결과에서 애플페이 운영 방식이 반독점법상 ‘불법’에 해당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반독점법 위반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면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었다.
결국 올해 1월 애플은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기준에 따라 경쟁사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에서 NFC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며 시정안을 냈다.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EU 당국자는 이날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삼성의 모바일 지갑도 원칙적으로는 즉각 적용될 수 있느냐’는 연합뉴스 질문에 “(애플의) iOS 운영체제에서 NFC 기반 모바일 지갑을 개발하기를 희망하는 오늘(11일)부터 14일 이내에 (탑재에 필요한) 솔루션 개발에 필요한 문서 등을 받게 될 것”이라며 “삼성의 모바일 지갑 개발 역시 배제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른 EU 당국자는 “특히 삼성의 경우 안드로이드에서 (모바일 지갑을) 이미 운용 중이어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며 “애플 시정안은 그들(삼성)이 안드로이드에서 사용 중인 것과 동일한 기술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이 희망한다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 외신들은 EU가 이날 애플의 시정안을 수용하고 조사를 종결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EU와 애플 간 보기 드문 ‘일시적 휴전’이라고 평가했다.
EU 집행위는 올 초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소비자가 더 저렴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차단한다며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애플은 이에 반발해 EU 일반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서 집행위는 애플이 2016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로부터 130억 유로(약 18조2000억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받은 것을 문제 삼아 ‘체납 세금’을 납부하라고 결정했다. 애플과 아일랜드는 이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해 원심에서 승소했으나 EU가 불복해 항소심 재판 중이다.
지난달에는 EU가 애플 앱스토어 운영 방식이 이른바 '빅테크 갑질방지법'인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