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안전공단, 유엔 경제위 분과 회의서 내용 공개
“페달오조작 방지장치 도입 필요성” 목소리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60대 운전자기 주행하는 전기차 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가 주장한 사고 원인은 ‘차량 급발진’이었다.
하지만 경찰의 실제 페달 블랙박스 분석 결과, 운전자는 충돌과정에서 브레이크를 한 번도 밟지 않고 엑셀만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차량에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월 유럽연합 유엔 경제위원회(NECE)의 분과 회의에 참석한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같은 발표를 통해 지난해 11월 발생한 ‘전기차 급발진 주장’ 사고를 다뤘다.
실제 영상 분석 결과, 택시 운전자는 골목에서 우회전한 뒤 3초간 30m를 달리는 상황에서 가속 페달을 6번이나 밟았다가 뗐다를 반복했다. 운전자는 이후 일곱 번째 가속 페달을 밟은 후에는 충돌할 때까지 계속 밟은 상태를 유지했으며, 충돌 직전의 차량 속도는 61㎞/h로 추정됐다.
또한 담벼락을 충돌하기 전까지 총 119m(약 7.9초)를 달리는 동안 택시 기사는 단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일어났던 사고가 차량의 급발진보다는 운전자의 페달 오인이 원인이 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도로교통공단은 실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발표에서 첨부하면서 의견을 뒷받침했다. 해당 영상에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반복해서 밟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페달 오조작을 일으키고 있는 운전자의 특성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이기에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 대부분은 본인이 작동시키고 있는 페달이 브레이크라고 확신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이른바 ‘역주행 교통 참사’의 파장이 커지면서 일각에서 페달오조작 방지장치(ACPE)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점도 이번 분석 결과가 주요 사례가 될 전망이다. ACPE는 페달 오조작에 따른 급가속을 막는 장치로, 최근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요성이 부각되는 장치다.
또한 최근에는 차량 결함에 의해 급발진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 ‘확증편향’이 생기면서, 사고 발생을 부추기는 경향도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나 유튜버 등이 내놓는 자극적인 급발진 영상에 자주 노출됨에 따라 순간적으로 본인의 착각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 분야 한 전문가는 “대부분 국민들이 급발진 영상을 접하게 되면 감정을 대입하는 경향이 커 과학적, 논리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이번 영상 분석 공개를 통해 긴 시간 동안 운전자가 페달을 오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CPE의 상용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ACPE를 오래전부터 상용화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ACPE 적용 차량이 확대되면서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와 사상자 수는 최근 10년 동안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페달 오조작에 따른 의도치 않은 가속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행동은 밟고 있는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비상상황에 대비해 브레이크 페달을 한 번에 힘껏 밟는 연습을 평소에 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시청역 참사에서 운전자는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고가 난 뒤 정상적으로 차가 멈춰서는 영상과 목격담, 또 이를 ‘급발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반박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관련 기관에서 해당 영상을 확보하고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