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서 노동당 승리 예상…자본이득세 인상 우려

주식·부동산 등 자산 처분…해외 이주 고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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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영국에서 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권이 교체될 경우 세금 인상을 우려한 영국의 부자들이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일부 부유층은 차기 노동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자본이득세를 인상할 것을 우려해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부유층의 자산을 관리하는 재무설계사들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부터 창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고객들이 이미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이첼 리브스 영국 노동당 예비 내각 재무장관은 현재로선 노동당이 자본이득세를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노동당 정부 임기 동안 인상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많은 부유층 고객들이 자본이득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자산관리사들은 말했다.

현재 영국의 고율 납세자는 자산 매각으로 얻은 이익에 대해 20%의 자본이득세가 부과되고, 부동산 매각 시에는 최대 24%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세금이 이보다 더 오를 것이란 불안감이 부유층에 번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자산운용사 에블린파트너스의 토비 탤런 파트너는 "고객 중 일부가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현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특히 곧 현금이 필요한 고객들이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을 파는 고객은 이미 단기 또는 중기적으로 무언가를 팔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며 단지 언제 파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닉 리치 RBC자산운용 전무는 "자본이득세에 대한 침묵으로 인해 고객들 사이에 전반적인 긴장감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고객은 자본이득에 대해 그나마 유리한 20%의 세금이 부과되도록 벌써 자산을 매각하고 있고, 다른 고객들은 향후 어떻게 될지 관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부유층 중에는 해외 이주까지 고려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자본이득세가 크게 늘어난다면 해외로 이주해 영국 비거주자가 되는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리치 전무는 부유층의 해외 이주 움직임이 "걱정스러운 추세"라며 "영국에서 사업을 구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미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납부한 사람들의 '두뇌 유출'을 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당은 국민보험,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근로자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자본이득세를 인상하고, 농지 상속증여세 면세 혜택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다른 세금에 대한 개편 가능성은 열어뒀다.

노동당은 "우리의 계획에는 추가 세금 인상을 요구하는 내용이 없다"면서 "우리는 매우 구체적인 세금 구멍을 메우고, 비용과 자금을 완전히 충당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세금 인상이 관심사가 아니라 경제 성장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우선순위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부자 증세' 가능성에 대한 부유층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사 퀼터체비엇의 이안 쿡 재무설계사는 "구입 후 임대 소유자들이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팔고 있다"며 "판매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우려하는 사람들은 다중 부동산 소유자들”이라고 말했다.

자본이득세 인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브룩스맥도널드의 앤드류 셰퍼드 CEO는 "경제에 중요한 시기에 영국 주식회사에 대한 투자가 잠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 기간 동안에는 항상 고객 문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객들이 새로운 정책이 재무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