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론 비등...민주당 지지자 46% “사퇴해야”

해리스·뉴섬 등 대체 후보 거론되나 ‘미미한 존재감’

美 유권자 72% “바이든 사퇴해야”…민주당 “대안 없는데…”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영부인이 29일(현지시간) 선거 캠페인을 위해 뉴저지주 맥과이어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열린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에서 후보 교체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 만큼 민주당은 바이든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 CBS 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72%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 출마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28%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46%가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27일 첫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실망스러운 성과를 거둔 뒤 나온 결과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쉰 목소리로 말을 더듬거나 수초 동안 할 말을 잊은 듯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용 면에서도 자신의 업적을 제대로 홍보하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72%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정신적, 인지적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기 내내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혀온 정신 건강 우려가 토론회를 기점으로 재점화된 셈이다.

박빙 승부에서 승기를 잡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첫 TV 토론이 오히려 재선 가도의 최대 위기로 떠오르고 친(親) 민주당 언론으로 분류되는 뉴욕타임스(NYT)와 CNN마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거론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민주당 당규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는 한 그가 획득한 대의원들은 8월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그에게 후보 지명을 위한 표를 던져야 한다.

30년 간 민주당 전국위원회에서 활동해온 제임스 조그비 아랍-미국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이 새로운 후보를 찾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 외 다른 인사들에게도 후보 지명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어느 정도 상상력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고 우리가 개방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마련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상원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사퇴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인사로 측근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바이든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난 테드 카우프먼 전 상원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당 내 주력인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는 MSNBC에 출연해 이번 토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좌절감을 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좌절이 컴백을 위한 준비에 불과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슈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토론 당일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휩 캐서린 클라크 하원의원, 피트 아길라 코커스 의장, 수잔 델베네 하원 민주당 선거 대책본부 위원장 등이 이번 토론의 여파와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도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이후 당이 겪을 혼란이 대선과 함께 치러질 상·하원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고 WSJ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더라도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민주당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모닝컨설트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체 후보를 묻는 질문에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꼽은 응답은 30%,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라고 답한 응답은 20%로 누구도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3%포인트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바이든 대통령보다 나은 본선 경쟁력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제인 클리브 네브래스카 당 의장은 “(후보 교체와 관련된) 대화는 1~2년 전에 일어났어야 했다”며 “그런 대화는 이쯤에선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